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2일 "전국에 5개의 서울을 만들겠다"며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공약을 발표했다. 그간 정치권의 '광역권 개발' 논의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자율적으로 조성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한 후보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5대 메가폴리스는 정권이 출범하면 미래 전략 방향 등을 고려해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집중 문제를 단순 분산이 아니라 전략적 집중으로 풀겠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책비전 2탄을 밝혔다.

한 후보는 "저는 이미 개헌을 위한 임기 단축까지 약속드렸다. 우리 국토를 균형적으로 멋지게 활용할 방안까지 개헌안에 담겠다. 그것은 전국에 5개의 서울을 만드는 것"이라며 '5대 메가폴리스' 전략을 소개했다. 각 메가폴리스에 AI, 바이오, 에너지, 미래차, 반도체 등 국가전략의 5대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산업과 청년인재, 민간자본이 활성화해 광역권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후보는 "첨단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연구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창업환경을 조성하며, 스마트인프라와 우수한 교육환경을 제공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산업 유치 ▲정주 환경 조성 ▲첨단 인재 육성 ▲국토 인프라 종합개발 2개년 계획 등 4가지를 핵심 정책으로 밝혔다.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산업 유치 정책으로는 '규제제로특구'와 '조세제로펀드'를 제안했다. AI, 바이오, 에너지, 미래차, 반도체 등 국가전략 5대 산업 분야 각각에 대응되는 특구를 조성해 관련 규제를 전면 철폐해 기업의 장기적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규제제로특구 개발사업에 투자되는 조세제로펀드(Tax Zero Fund)로 민간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재원 계획도 밝혔다. 수도권 부동산 매각대금을 특구에 투자할 경우, 양도세를 즉시 이연시키고, 5년 이상 투자하면 양도세 50% 감면, 10년 이상 투자하면 양도세 전액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미국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등을 성공 사례로 들며 "AI와 의료 융합 분야에서 막혀 있는 규제를 어떤 특구 안에서는 전면 해제하게 되면, 산업 밀집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제약 산업 관련 규제까지 특정 지역의 경우에 철폐한다면, 제약기업 및 연계된 금융자본까지 유입돼 완성형 산업 클러스터로의 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외 과학기술 청년 인재와 전문가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주하고, 연구와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정주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및 생활인프라를 조성하고 기숙형 과학고·영재고·국제학교를 늘리는 한편 자율주행 셔틀,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삶의 질이 보장되는 도시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첨단 인재 육성도 5대 메가폴리스 조성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테크 허브나 영국 런던의 메드시티와 같은 클러스터형 메가폴리스를 조성하고, 국책연구기관의 전략적 이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선취업·후진학 제도 확대 등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토 인프라 종합개발 2개년 계획을 수립해 도로, 철도, 댐 등 주요 인프라를 개발하면서 전력망, 통신망, 가스관, 수도관 등과 연계해 효율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메가폴리스' 조성을 위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판단과 리더십,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지역 차원에서의 행정구역 개편이나 통합 합산 시도는 이뤄졌지만, (그렇게 하면) 행정 구역간의 범위를 넓히는 것 외에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핵심적인 규제와 지원의 툴이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특정 지역을 선정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전략적 결정은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중앙정부에서 그걸 (지방에 권한을) 무조건적으로 이양할 순 없다"며 "서울과 직접 경쟁할수 있는 지역의 5대 메가폴리스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5대 메가폴리스는 배치 계획 단계부터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과 지역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한 후보는 "메가폴리스 5개는 지금 정할 문제는 아니다. 어느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메가폴리스를 키워야할지부터가 우리의 준비단계이고 그것부터가 이 일의 시작"이라며 "선거를 생각해 찍어서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겠다. 너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분야별 각 자지체의 수요를 파악하고 중앙정부와 상호 협의 후 심사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 3년'을 약속한 만큼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계획이 가능하겠느냐는 질의에는 "오래 걸릴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예술"이라며 "대통령이 매주 논의하게 되는데 2년 안에 안 되면 20년 가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집권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우세의 국회 환경에서 규제 철폐 등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메가폴리스는) 민주당 세가 강한 곳에도 만들어질 것이다. 전국적인 고려를 통해 진행될 거라 (민주당이)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가) 꼭 법률에 국한된 건 아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이걸 추진할 만한 충분한 동력을 갖출 수 있다. 국민에 많은 설득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캠프에서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훈 의원은 "지금까지는 행정통합이나 물리적 결합을 중심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실제로 산업이 들어오려면 이것 가지고는 안 된다. 각종 법안과 법령을 개정해 규제 철폐로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여태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국토종합개발 계획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