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추진한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탈(脫)원전 기조를 버리고, 다시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 왔다. 2022년 7월에는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돼 지난해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울 1·2호기 등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 절차도 개시됐다.
문재인 정부 초반이었던 2018년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3.4%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29.6%로 올랐다. 해외 원전 수주도 의욕적으로 추진해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수주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당국의 세부 조율이 끝나 사실상 최종 계약만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계속 추진될지가 불투명해졌다. 국가 간 원전 계약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지가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시될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원전 정책은 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38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과 공급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대형 신규 원전 3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규 원전 축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서 대형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2기로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지방에는 많은 태양광 관련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생겼다"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이들이 다시 지원을 요구하면 원전 관련 예산은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원전이 계속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후 변화와 반도체,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원전 비중을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에너지 관련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LNG) 수출을 늘리고, 원전 선진국들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조기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을 활성화하기까지 SMR 수주 등에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