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민주당 진영도 '대선 모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됐다. 민주당에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기류가 도는 가운데 다른 야당과 비명(非이재명)계에선 눈에 띄는 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의 대항마가 없어 이른바 '경선 흥행'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전남 담양시장에서 이재종 후보 지원 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상인이 건넨 효자손을 보며 웃고 있다./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11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었다. 헌재는 8 대 0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동시에 조기 대선일로 유력한 6월 3일까지 약 60일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 절차에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곧바로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 내에 집권플랜본부와 모두의질문Q, 민생경제연석회의 등 공약을 도출하는 조직을 만들고 대선을 대비해왔다.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는 경선 캠프에 의원들과 실무진을 섭외하는 등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민주당 내 일극 체제를 구축해온 만큼, 민주당은 이 대표 중심으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받아 사법리스크를 일시적으로 해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리얼미터가 이 대표의 2심 직후인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49.5%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李 선거법 2심 무죄에 의욕 꺾인 '비명계'

비명계 대선 주자들은 이 대표의 상승세에 다소 의욕이 꺾인 모양새다. 현재 민주당 잠룡으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의원, 박용진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대선 출마 의지가 강한 김동연 지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비명계 주자들은 전반적으로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며 "돌발적인 어떤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대표 중심의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와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도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 100% 참여 방식으로, 현행 권리당원 50%·일반 국민 50% 국민참여경선 방식과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19대 대선 전례에 따라 기존 방식대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때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틀 내에서 경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어대명'이 이득만은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 대표의 독주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른바 '경선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대선 후보 경선은 정책 이슈를 선점해 당이 가진 국가 운영 비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대명' 기류가 계속 이어지면 경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떨어지고 정책적 우위를 잃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비명계 주자 외에도 현역 의원을 경선 주자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박주민 의원과 추미애 의원에게 경선 참여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비명횡사'를 단행하고 최근엔 '중도 보수'를 표방한 만큼, 친명(親이재명)계가 아닌 진보 성향의 주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한 친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이나 친노(親노무현) 구도보다는 이 대표가 중도 보수까지 얘기했으니 민주당의 노선과 정책을 건전하게 토론하는 후보가 나와주면 좋은 경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경선 참여는 본인의 결단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본선에 무혈입성할 경우 여권의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대선 준비가 늦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와 일극 체제의 민주당을 공략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몇 년 동안 대항마가 나올 틈을 주지 않았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2심이 무죄 판결이 나와 이 대표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흠결이 많은 사람이니 공략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