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발표와는 별개로 상속세 공제 완화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즉시 처리하자는 주장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되 과세 체계 전반을 동시에 손질하자는 정부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르다. 여야가 일괄·배우자 공제 최저한도 상향에 공감한 만큼, 이미 발의된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공제 한도 확대를 포함한 국회의 상속세 개편 논의는 3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유산취득세 전환' 방침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제반 사항 준비를 위해 2028년은 돼야 시행할 수 있다. 그 사이 발생할 중산층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부터 제기돼 온 (일괄·배우자)공제 한도 확대를 포함해 상속세 개편이 지금 즉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발표를 핑계로 현재의 상속세법 개정 논의를 반대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제한도부터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상속세 당론을 대표발의한 임광현 의원은 지난 12일 기획재정부의 유산취득세 도입 발표에 대해 "상속재산이 50억을 넘는 '고액 자산가'만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라며 "도입 준비에만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일단 배우자·일괄공제 조정안부터 신속 처리하자"고 했었다.
◇與野 공제 완화 공감대… 李 '배우자 공제 폐지'도 수용
현행 상속·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 따라,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최저한도는 각 5억원이다. 물가 상승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반면 공제 기준은 30여년 간 그대로다. 이에 정치권에선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법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여야는 이미 공제한도를 높이는 상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취지와 방향은 같다. 국민의힘에선 송 의원이 ▲일괄 공제 10억원·배우자 공제 10억원 안을, 민주당에선 국세청 차장 출신 임 의원이 ▲일괄 공제 8억원·배우자 공제 10억원 안을 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논의 이후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정부안에 담긴 '최고세율 인하(50%→40%)'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을 두고 여야가 충돌해서다. 정부·여당은 세율 인하를 주장한 반면, 야당은 '중산층과 무관한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결국 공감대를 이뤘던 공제 완화 협상도 불발됐다. 현재 두 법안 모두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당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제안을 수용하면서다. 국민의힘도 최고세율 인하는 추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다만 정부가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여야 공방으로 이어졌다. 여권이 이 대표의 '감세 주도권'을 탈환하려 이슈를 전환했다는 말도 나왔다.
◇상속세 개편 지연 두고 '네 탓'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위 여야 간사는 전날 비공개로 만나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각 당이 새로 만든 뒤 ▲법안을 발의하는 대로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여당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야당은 임 의원이 대표발의한다. 기존 법안에는 '배우자 상속 공제 상향'이 담겨 이 부분을 수정한 안이 필요해서다.
다만 위원장인 송 의원은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를 위해 저와 임광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이미 본회의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법상 별도의 조세소위 없이 본회의 수정 의결로 즉시 처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배우자 상속세 무제한 공제도 여야 대표가 동의했지만, 민주당이 조세소위 개최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배우자·일괄 공제 완화,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여야가 공감하고, 유산취득세 논의도 나왔는데 정작 심사할 법조차 발의된 게 없다"면서 "양당이 새 법안을 발의하는 즉시 조세소위를 소집하기로 간사 간 합의했는데, 송 위원장은 마치 야당이 반대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