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와 개인 세액 공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법 '핀셋'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여당은 당초 요구했던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할증 폐지를 추후 논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고, 야당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서 상속세법 개정안을 제외하면서 이달 내 합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 주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열고 상속세법 논의를 재개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조세소위 일정과 안건 등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다음 주 18일 또는 19일 조세소위에서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뜻을 모은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와 개인 일괄 세액 공제 확대부터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도 상속세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여야 협상 처리를 우선에 두기로 한 것이다.
상속세법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여당이 '최고세율 인하'를 추후 논의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다. 여당은 그간 현행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대기업 최대주주가 적용받는 할증 평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속세 체계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또 중소·중견기업 사주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세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가업승계 공제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개인 세액 공제 한도 확대는 물론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야당이 "초부자감세"라며 강경 반대해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원내 전략을 수정했다. 여당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격 호응한 것도 논의 진전에 힘을 실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야가 중산층 표심을 염두에 두고 '감세 정책'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위기도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상속세의 일괄공제액을 높이는 방안도 여야가 무난하게 합의점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민주당은 8억원으로 확대한다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가 이번주 발표하는 유산 취득세 전환도 논의 대상이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자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이를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꾼다는 게 골자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되면 과세 대상 재산이 줄어들어 세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산 취득세 전환 방안은 이번 상속세 개편안과는 별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법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작업이라 현행 과표 체계와 상속인별 공제액 등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유산 취득세 방안은) 조문화한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다른 시기에, 다른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녀 공제한도 상향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행 상속세 자녀 공제는 1인당 5000만원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10배 수준인 5억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2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5000만원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자녀 공제한도도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맞춰) 좀 일정하게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자녀 세액 공제 한도 역시 '부의 대물림'을 초래해 부자 감세로 이어진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자녀 공제 한도 확대가 나온다면) 합의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여당이 자녀공제 한도를 들고나오면) 진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자꾸 다른 걸 갖다 얹히면 다시 패스트트랙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