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PK(부산·경남)'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가 됐다. 이 대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부산 지역 현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박 시장은 "(이 대표가) 부산 시민을 냉대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와 박 시장은 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신항지사에서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박 시장과의 면담 이후 부산항만공사 임직원들에게 북극항로 개척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를 포함해 김민석·전현희 최고위원,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 전재수·이원택·이해식·김태선 의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5개월 만에 PK 민심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와 박 시장은 모두발언까지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은 "부산에 와서 민심을 살피고 부산이 원하는 진정한 것에 대해 화답해주기 위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북극항로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동남권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의논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비공개 면담 이후 급변했다. 이 대표가 박 시장이 협조를 요청한 부산 현안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다. 특히 부산 북구갑 출신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보완 설명을 하려고 하자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비공개 면담 이후 기자들을 만나 "사실 큰 기대를 갖고 왔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부산에 가장 중요한 현안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을 듣기 위해 왔는데,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가 그 지역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저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넘어 부산 시민들을 냉대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 시장과의 면담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후 예정된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 송기인 신부와의 차담도 취소했다. 이 대표가 PK 민심을 잡기 위해 소화한 공개 일정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민주당은 부산 현안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애초 박 시장과의 면담은 러시아 인근을 지나는 북극항로 개척을 논의하기 위해 성사된 것이지, 이미 산적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산항만공사와의 현장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부산시장은 지역 현안과 관련해 기대에 맞는 답변을 못 들어서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부산에 애정이 없다고 폄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부산의 장기적 비전을 고민하니 북극항로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도 (부산 지역 현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