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과표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든 만큼 월급쟁이 세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다. 근로소득 세수가 급증해 법인세와 비슷해진 상황도 배경이 됐다. 공제 상향시 세수 결손 추산치는 향후 5년 간 약 2조원이다. 다만 재정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선 적자를 고려해 감세 경쟁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근로소득세 과세합리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이 주관하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미 소득세 개편을 언급한 만큼,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는 셈이다.
이 자리에선 15년간 증가한 물가지수 40%를 반영해 ▲소득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50만원→180만원으로 올리고 ▲6~15% 세율구간 중 6%구간 1400만원→1500만원, 15%구간 5000만원→5300만원으로 조정하며 ▲구간별 과표를 매년 물가상승률 만큼 높이는 안이 거론됐다. 또 ▲식대 비과세 금액을 20만원→30만원으로 올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연간 재정 소요는 과표구간 조정 2.7조원, 식대 비과세 조정 4200억원 규모다.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기본공제 적용 인원수가 늘어나고 적용세율에 따라 헤택이 달라지는 소득공제 구조"라며 "가족수와 소득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그 외 ▲체육시설이용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적용해 단독 운용하자고 했다.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공제율 5%·공제한도 연 30만원으로 설정하는 식이다.
◇"韓 소득세 부담률 낮고, 세수 결손 고려해야"
반면 물가연동제 도입은 시기상조란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부담률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지속적 세수 결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 보수당 사례를 들어, 재정 대책 없이 감세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김현동 배제대 교수가 제시한 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3.8%다. OECD 평균치(25.3%)보다 낮다. 이듬해 한국 조세부담률은 19.0%로 더 떨어졌다. 명목 GDP 대비 소득세 비율도 한국(6.6%)이 OECD 평균(8.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8개국 중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곳은 22개국이다.
김 교수는 "3년 연속 세수 결손에 경제성장률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면서 "감세를 위한 소득세 개편에 대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감세 논란으로 49일 만에 낙마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 청사진이 보이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부정적 피드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임재범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도 "물가상승을 반영해 납세자의 실질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물가연동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더 증가해 수직적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고, 세수 감소로 재정 정책의 유연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소득세 개편이 면세자 비율을 높여 형평성 논란을 부를 거란 뜻이다.
이에 대해 임광현 의원은 "우리나라 면세자 비율이 높다는 건 상대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해 저임금 근로자가 많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면세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저소득층에 세금을 물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소득을 증대시켜 과세권으로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감세 주도권 빼앗길라' 與, 배우자 상속세 폐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감세'는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상속세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아예 배우자 상속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내부 비판이 많아서다. 여야 모두 감세를 통해 정치색이 옅은 중도층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 최저한도를 각각 8억, 10억으로 올리는 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공제 상향에 더해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