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만나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위해 국부펀드와 같은 제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 2일 국민이 지분 30%를 보유하는 '한국판 엔비디아'를 언급한 이후 연일 국부펀드를 띄우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한경협 임원진을 만나 "위험성 높지만, 성공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는 대규모 투자를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부펀드든 국민펀드든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가 한경협 임원진을 만난 건 10년 만이다. 2015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표가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허창수 회장을 만난 게 마지막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김창범 상근부회장,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개적으로 만난 게 10년 만이라고 한다. 전쟁 중 적군도 만나는 게 세상 이치인데, 경제를 담당하고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들을 연합체도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국가 발전도 경제적 측면이 중요해졌다"며 "경제 발전에 한경협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에 정책과제 제안서를 전달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기초체력이 고갈되는 와중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혁명과 같은 산업 전환이 있고, 대외환경도 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 동시에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국제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