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소유 구조'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했다. 보수 진영에선 이 대표가 시장 경제 원리를 무시했다며 '반기업 정서' '사회주의자'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야권에서는 "국부펀드를 운영하자는 것이 왜 문제냐"고 옹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질문Q'에서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 주제로 개최한 첫 번째 대담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AI 발전이 가지는 의미와 그것이 개인과 우리사회에 야기할 파장에 대해 전문과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민주연구원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나 국민펀드가 공동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했더니, 국민의힘이 성공한 기업 지분을 뺏으려는 반기업 행위라고 공격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지적능력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냐"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한국판 엔비디아'는 지난 2일 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의 유튜브 채널 OPQR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이 대표는 당시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전부 독점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기본사회"라며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며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에 여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이 대표를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우클릭이라고 하더니 사회주의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며 "국가가 기업 성과를 독점 관리하겠다는 기본사회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방법은 어디에도 없고, 그런 상상 속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뜯어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지분 30%를 국유화하는 게 이재명식 성장 전략인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스타트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아무 말 대잔치"라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도 추가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시장경제에서 창조적 파괴와 혁신, 기업가정신이 어떤 생태계에서 꽃을 피우는지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도 없으니 저런 무식한 말을 쉽게 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30% 지분을 갖는다고 엔비디아가 탄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혁신인재를 어떻게 기르며 첨단과학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이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오른쪽 깜빡이를 켜도 본질적으로 반기업적, 반시장적 인물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대한민국에도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탄생하길 바라지만, 기업이 성공하면 법인세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30%의 지분을 국민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있겠냐"고 했다.

반면 이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는 반응도 있었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국판 엔비디아가 시장을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라며 "세금은 줄이고, 돈을 일하게 하자'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싱가포르 테마섹, 노르웨이 국부펀드, 중동 국부펀드처럼 국부를 전략적으로 투자해 미래 기술을 키우고, 국민에게 돌아오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