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4일 유정복 인천시장(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추진하는 개헌안에 대해 "일단 반대한다"며 "조만간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충분히 논의된 개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권 내에서 개헌 필요성이 본격 논의되는 양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과 유정복 인천시장. /뉴스1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시장 측으로부터) 전화는 받았지만 그 개헌안에는 반대한다"며 "이미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제7공화국 헌법에 대한 제 구상은 이달 중순 발간될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연다'는 책에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은 "우후죽순 난무하는 정략적인 개헌론보다는 차분하게 1년 이상 충분히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위한 제7공화국 헌법이 논의되고 난 뒤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개헌에 대한 제 분명한 입장은 그때 가서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유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공표했다. 개정안은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상원은 광역지방정부 대표로 하고 하원은 현행 선거방식으로 의원을 선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정·부통령제를 도입해 대통령 궐위 시 선거로 뽑힌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했다. 임기 4년의 대통령이 한 차례 중임할 수 있게 했다.

논란이 된 현행 헌법 제84조 대통령 형사상 불소추 특권의 범위에 관해서는 재임중 발생한 형사사건에 한해 소추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 재임 이전에 발생한 형사사건은 대통령 당선으로 재판 등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했다.

이 밖에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명문화했고, 지방정부도 여건에 따라 지방세 종목과 세율을 추가할 수 있도록 '지방세 신설권'을 부여했다. 주택, 교육, 환경, 지역계획 등의 분야에서 필요하면 획일적으로 규율하는 법률과 다른 내용으로 자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치계획권'도 신설했다.

유 시장은 "지방 4대 협의체가 뜻을 모아 정치 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개헌안을 마련했다"며 "학계와 전문가, 대다수 국민께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지금이 헌법을 개정할 적기인 만큼 300명 국회의원이 헌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오는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헌정회, 한국헌법학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분권전국회의와 공동으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유 시장은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시장이 반대하는 등 시도지사협의회 구성원 간에 합의가 안 됐나'라는 질의에 "뭐가 '문제다, 잘못 아니라 본인은 이달 중순 경에 의견 낼 계획있다는 얘기 같다"며 "(개헌안은) 17개 시도지사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부분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이라는 큰 틀에서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힌 여권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에 이어 안철수 의원까지 총 4명이다.

오 시장은 이날 규제개혁 포럼 기조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극복하려면 87년 헌법 체제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일찌감치 차기 대통령이 4년 중임제로 개헌을 추진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놨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 임기 축소와 함께 헌법상의 순직 군인 이중배상금지 조항 삭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견제를 위한 개헌을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임기 단축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