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일명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창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까지 포함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명태균 특검법'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274명 중 찬성 182명, 반대 91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경남 지역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을 포함한 여권 인사 다수가 명 씨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명태균이 자신의 황금폰 공개를 공언하자 다급해진 윤석열은 바로 다음 날인 12월 3일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명태균 특검은 12·3 내란 사태의 원인과 내막을 밝혀낼 열쇠"라고 했다.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2022년 대통령선거·지방선거·재보궐선거 ▲2024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및 공천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이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 ▲대가성 공천 개입 등 이권·특혜 거래 의혹도 적시했다.
그 외 ▲2022년 대우조선파업·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 명 씨와 김건희 여사의 개입 의혹 ▲창원지검 수사에 대한 윗선의 개입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야당은 명 씨를 수사한 창원지검이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고, 이 과정에 대검찰청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등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제 3자 추천'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명단(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후보자 중 1명을 임명하되 ▲대법원장은 판사·검사·변호사 등에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특검 후보자로 추천해야 한다.
◇ 당론으로 부결한 與... "분열 노린 정략적 악법"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당론으로 명태균 특검법을 부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강행하는 배경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분열을 일으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여권 내 친한(친한동훈계) 이탈표를 노리고,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른바 '명태균 리스크'를 안고 있는 여권 내 대권 주자들 간 분열을 촉발하겠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흑색선전 사례로 꼽히는 '병풍(兵風) 사건'의 당사자인 김대업 씨를 언급하며 "조기 대선을 겨냥해 '제2의 김대업'을 만들겠다는 정략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수사 범위 역시, 사실상 정치권 전체를 수사하는 '만능 수사법'이라고 보고 있다.
박준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국민의힘 수사 특별법'이자, 민주당 산하 특별 수사 본부를 직속 기구로 두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의힘 총선 과정 전부와 108명 의원 모두를 언제든 수사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활동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 핵심 원리"라며 이것을 강제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조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당 내 명태균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얼마나 고조될지 여부다. 아직까진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에서 김상욱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선에 당당하게 임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명태균리스크'는 당이 먼저 선제적으로 정리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연히 밝혀서 정리를 하고, 국민께서 조기 대선에서도 정말 믿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당의 의무"라며 "국가 이익과 정의를 지키고 옳은 걸 추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만약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되돌아온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선고 결과와 맞물리면서,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정국이 더욱 첨예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