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이재명(비명)계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4일 만찬 회동을 갖고 개헌에 대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약 85분간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김 전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고언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 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며, 결국 이는 헌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도 김 전 총리는 개헌을 포함한 정치 개혁에 대해 이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나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탄핵 국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고 김 전 총리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는 "개헌 논의에 대해 '이 정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떡하냐'고 했고, 이 대표께서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공방이 오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만찬 이후 민주당 측 한민수 대변인과 김 전 총리 측 오영식 전 의원이 각각 회동 내용을 소개했다.
한 대변인은 "김 전 총리는 당 운영 과정에서 상처받고 떠난 인사들을 포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개헌을 포함한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가 개혁의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오 전 의원 역시 "김 전 총리는 개헌 등 정치 개혁에 대한 이 대표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는 개헌 논의 외에도 당의 정체성, 국민 통합 방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단정적인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중도·보수 성향을 가진 국민까지 폭넓게 포용하려는 의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오 전 의원은 전했다.
이 대표는 회동에서 자신이 전날 강성 지지층에게 의견이 다른 상대를 향한 과도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점을 언급했다. 이는 김 전 총리가 그동안 친명(親이재명)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비명(非이재명)계 인사 공격을 비판해 온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은 '민주 헌정 수호' 세력이 결집해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통상 압력, 중국의 기술 경쟁력 부상, 한국 경제 성장 둔화 등 대내외적 과제를 고려할 때, 국민 화합과 대통합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김 전 총리의 제안에 대해 이 대표는 "필요한 일이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대변인은 "김 전 총리는 의료대란 해결과 추경을 통한 경제 회생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적극 공감하며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공개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님과 저 모두 정치인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온 국민이 국가와 정치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이며, 저 역시 이에 대해 결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