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R&D(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31년 말까지 연장하고 세액공제율을 5%p(포인트) 높이는 세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가 각종 세제지원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무산됐던 'K칩스법' 시행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박수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국회(임시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기재위 조세소위는 11일 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말 여야가 개정에 합의했지만, 야당의 '감액 예산안'과 세입부수법안 심사 과정에서 충돌해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던 법안들이다. 오는 13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분야는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바이오 의약품 등과 함께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돼 투자세액공제를 받는다.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반도체 R&D 및 시설투자 각각 20%, 30%로 오른다.

세액공제 기한도 2031년 말까지 7년 늘렸다. 공제 대상은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발생한 인건비, 재료비, 시설임차료 및 위탁 연구·인력개발비 등이다.

반도체 외의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적용기한도 5년 연장했다. 2029년 말까지는 현행대로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씩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세법 심사 당시 제시했던 정부안(3년 연장)과 여야 합의안(10년 연장)을 절충한 결과, 7년 연장안을 도출해 이날 소위 문턱을 넘었다.

◇ISA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는 무산… "국내증시 부양" "고소득자만 혜택"

일반투자형 ISA의 납입한도와 비과세한도를 각각 2배, 2.5배 확대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은 불발됐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말 세법 심사 당시 ▲납입한도 연 2000만원(총 1억원)→연 4000만원(총 2억원) ▲비과세한도 200만원→500만원 확대 방안에 잠정 합의했었다. 또 ISA 소득요건 사후검증 규정을 폐지하고, 청년도약계좌 등 일시 납입시 총 납입한도 내에서 허용하는 방안에도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여야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자산형성 지원기능 및 자본시장 수요기반 확충 등을 이유로 한도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한도 상향의 혜택이 '저축 여력 있는' 고소득자에만 집중될 우려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고 한다. 투자금액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을 경우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확정된 상황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자 관련 혜택을 늘리는 건 '고소득자 세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고소득자의 투자를 촉진해 국내증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지만, 민주당이 '밸류업'에만 무게를 둬 극구 반대했다"고 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원하는) 밸류업, 금투세와 연관지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당초 금투세 시행을 추진해 온 민주당이 중산층 표심을 고려해 폐지로 돌연 전환하면서, 기존 ISA 관련 합의를 뒤집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