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책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토론 과정을 담은 '녹서(그린페이퍼)'를 발간한다. 녹서를 담당하는 기구도 공식 출범했다.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녹서에 담길 의견도 직접 수렴한다. 민주당은 국민이 제시한 질문을 토대로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조기 대선과 연결짓는 해석은 경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다함께 만드는 세상, 모두의 질문Q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함께 만드는 세상 모두의질문Q'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주도했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 워크숍에서 녹서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 대표가 박 센터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집회가 확산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정책 입안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이 탄핵 이후 민주당의 집권을 희망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광화문 근처로 나가서 집회를 해도 왜 확산하지 않을까, 마치 젖은 장작 같다. 불이 붙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이 촛불 혁명 때 힘들게 싸워서 끌어내려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 혁명으로 힘들게 싸워서 끌어내렸는데, 나의 삶은 뭐가 바뀌었냐는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구축한 대국민 소통 플랫폼 '모두의질문Q'는 홈페이지(https://모두의질문q.kr)와 유튜브 채널 '오피큐알(OPQR·오늘 필요한 질문 알려드림)'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지정된 민주당 의원이 질문에 답변한다. 민주당은 다음 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녹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박태웅 센터장은 "한국사회는 신뢰 자본이 흘러넘치지만, 놀랍게도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국가"라며 "대한민국 신뢰 자원을 정치에 쏟아붓고, 집단지성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뜻을 받아서 해결하는 당연한 관행과 절차가 상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사전 계획부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서 "박태웅 의장의 얘기는 들을 때마다 시간이 아깝지 않다. 나에겐 산소 같은 분이자 대한민국의 현인"이라며 박 센터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녹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준비는 오해" 선 긋는 민주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조직을 잇따라 가동시키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모드'로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집권을 대비하는 집권플랜본부가 전날 첫 공식 세미나를 열은 데 이어, '모두의질문Q'도 닻을 올렸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직후부터 녹서 발간을 준비한 만큼 조기 대선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대선을 운운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당내 조직은 대선 준비로 활발히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본격적인 녹서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한두가지 오해가 있는데, 최근 들어서 대선 준비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재작년 연말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위해 급조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