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해 집권플랜본부를 다시 가동했다. 민주당의 핵심 가치인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등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권플랜본부 신년 세미나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전략'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집권플랜본부는 향후 민주당 집권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직이다. 비상계엄 이후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날 재개한 것이다.

집권플랜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의 무수한 실정 중 하나는 경제 성장 전략과 산업 전략의 이상도, 실천도 없었다는 점"이라며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성장을 선도해 온 전통이 있다. 김대중의 IT 정책과 노무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랬다"고 말했다.

당원주권본부장을 맡은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대한민국에 분명한 전략을 제시하고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경기침체와 민생파탄에서 벗어나도록 회복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집권플랜본부는 '성장 우선'을 내세우며 5년 내 3%대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이후 4%대 성장률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특히 경기침체 탈피가 우선인 만큼 '선(先) 성장·후(後) 복지'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핵심 경제 기조인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형철 K먹사니즘본부장은 재정정책보다는 산업정책이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정책 주도 ▲'헥토콘(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기업)' 6개 육성 ▲인공지능(AI) 주도 ▲K컬처 기반 관광·자영업 활성화 ▲안보산업 육성 등이 거론됐다. 이른바 'ABCDEF', 인공지능·바이오·문화·방산·에너지·식량 분야에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자본 공급 및 판로지원, 해외 진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주 본부장은 "ABCDEF 펀드를 50조원 이상 조성하고 매년 10조~20조원 투자가 일어나게끔 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성장의 결과가 국민의 삶에 나타나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가 늘고 균형발전이 가능해야 복지와 분배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집권플랜본부가 내세운 성장우선주의는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실용주의' '친기업'과 맥락이 같다. 다만 최근 진보진영에서 이 대표를 향한 '우클릭'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날 세미나에선 '복지와 분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다수 나왔다.

◇민주, 대선 준비조직 속속 가동

민주당은 그동안 조기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는 해석을 경계해왔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점령군'처럼 비춰질 수 있고, 이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당은 기본적으로 비전과 정책을 구상하는 게 늘 상 있는 일"이라며 조기 대선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공약을 준비하는 조직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7일 정책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토론 과정을 담은 '녹서(그린페이퍼)'를 만드는 민주연구원 산하 싱크탱크 '모두의 질문Q'를 출범한다. 이전부터 활동한 민생경제회복단·월급방위대 등 당내 상설·비상설특별위원회도 공약 준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여러 조직이 대선 공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건 사실"이라며 "최근 당의 특별위원회가 새로 만들어진 것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