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달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를 시점으로 '상속세 완화' 논의를 재개한다. 작년 말 일괄·배우자 공제한도 상향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최고세율 인하 등에서 이견이 첨예해 부결된 지 두 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 후 정부의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기 대선 국면에 '감세 카드'로 호재를 기대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다만 가업상속공제·최고세율 인하와 연동된 문제여서, 민주당 내부 반발을 넘어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 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업계 관계자의 진술을 듣고 있다. /뉴스1

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위 여야 간사는 전날 만나 오는 18일 현안질의를 실시하는 일정에 합의했다. 기재부 등 관계 부처를 소집한 이 자리에선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법 개정 관련 질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이달 11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논의가 끊긴 세법을 논의한 뒤, 13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

핵심은 현행 상속재산 10억원(일괄공제 5억+배우자공제 5억) 이하에만 주던 면세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임광현 의원 안(18억·일괄 8억+배우자 10억), 국민의힘은 송언석 기재위원장 안(20억·일괄 10억+배우자 10억)을 대표법안으로 냈다. 지난해 조세소위에선 임 의원 안에 잠정 합의했었다. 배우자 공제를 '부(富)의 수평 이동'으로 판단해서다. 세대 간 이전과 달리, 상속 재산에 대한 잔존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했다.

협상의 관건은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최고세율 인하다. 지난해 여야의 상속세 논의가 틀어진 건 '최고세율 인하' 이견이 큰 탓이었다. 당시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공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특히 대통령실 요구가 강했던 부분이다.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해왔다. 세율 자체를 낮추는 건 중산층과 무관하다고 봐서다.

반면 기재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조항이 빠졌다. 대신 ▲기회발전특구창업・이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과제를 유산취득세(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 방식으로 전환 등이 담겼다. 세율 인하에 대한 정부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할 만한 지점이다. 여당에선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대체재'를 내세워 야당과 협상하자는 말도 나왔다.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이 '최고세율 인하'나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를 워낙 강력하게 원해서 당이나 정부가 협상할 공간이 적었다"고 했다. 또 "올해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최고세율도 빠졌고,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여러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지 아니겠냐"라며 "(최고세율 인하 보류)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다른 기재위 여당 의원도 사견을 전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 수준)만 봐도, 집 한 채 상속하는 데 세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반드시 (최고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풀옵션'만 취하겠다는 것보다는 야당과 협의해서 공제 한도 등을 개선하는 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재명 '우클릭' 일환, 내부 반발 넘어야

상속세 완화 재논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우클릭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정책적 외연을 확장해 중도 표심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상속세 첫 불을 댕긴 것도 이 대표였다. 그는 지난해 8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직후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금액을 높이자고 했었다. 민주당의 기존 노선과 배치돼 내부 반발이 제기됐지만, 곧바로 임 의원을 통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주52시간 노동시간 예외 적용'을 다루는 토론회를 주재했다. 여기선 "노동자가 동의하는데 '몰아서 일하기'가 왜 안 되느냐"고 했다.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로 '지역화폐 포기'도 선언했다. 신년기자회견 일성 역시 '기본사회 폐기'였다. 당 강령에 '기본사회'를 명시한 지 5개월 만에 공약을 재검토하고, '성장'을 제1과제로 올렸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소득 과세 유예와 맞닿은 행보다.

내부 반발은 여전하다.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회와 온도 차도 크다. 그간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일부 의원들은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노동시간 규제 예외 적용 등 '이재명식 우클릭'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속세 완화는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이라며 "일괄 공제만 올리는 게 아니라 최고세율, 가업상속공제 등과 다 얽혀있는 것 아니냐. 이걸 다시 꺼내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