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기업들을 만났다. 특히 재계 관계자들을 향해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며 '친기업' 행보를 이어갔다. 경제정책을 연일 강조하며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전 국회에서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라는 주제로 재계와 종합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좌장을 맡아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과 송경열 SK경제경영연구소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등 기업 싱크탱크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할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제통상 문제가 국민까지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일이 과거에는 없었던 것 같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일선에 있는 기업들,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수출기업 간담회는 민주당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재계 측 참석자들에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주로 ▲수출기업 물류 지원 ▲인공지능(AI) 산업 지원 ▲첨단산업 중심 산업 정책 설계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권이 직접 미국 조야를 설득해줄 것을 주문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정책의 설계가 매우 필요하다는 공통적 지적이 있었다"며 "특히 무역협회 수출 경기 전망이 4분기 만에 최저치로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수출기업은 물류 지원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AI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한데, 인력의 질적 고도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업들을 지원하는 반도체특별법·해상풍력법·전력망법·분산에너지법안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영배 의원이 공동회장을 맡은 한미의원연맹을 통해 미국 조야 설득, 수출기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문제는 노동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반영해 구체적으로 설계한다면 합의가 안 될 이유가 없다"며 "AI와 관련해선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인력과 에너지에 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연구원과 정책위원회에서 분야별 간담회 진행했는데, 정책 제안을 검토하고 기업들이 피드백 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국회 통상특별위원회를 통해 철저하고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도 재계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방산·노동 '실용주의' 내세우는 李

이 대표는 탄핵 이후 줄곧 '실용주의'와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는 '흑묘백묘론(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을 꺼내 들며 탈이념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 차원에서 우리 무기를 구매할 방산협력 파트너 국가를 발굴하고 국방외교를 확장해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익을 위해 K 방산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3일 정책토론회에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2138억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에 합의해 '탈원전' 기조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이제는 민간의 역량이 정부의 역량을 뛰어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며 "경제 현장에서 국제 경쟁이라는 큰 파고를 일상적으로 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어떻게 정치·행정에 반영해 실질화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