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4일 최근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도입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보호주의 강화 등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야당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 관련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반도체산업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를 둘러싼 야당의 반대로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수출 덤핑 확대 등 수출 환경 악화 가능성이 높다"며 "엔비디아, 딥시크 등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도 급변할 거라는 전망에 대응해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52시간제 규제 특례 도입을 위해 야당과의 협의에 적극 나설 예정이며 최근 성장과 실용주의를 외치는 야당에 행동으로 실천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여야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고소득 관리·전문직 대상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R&D 핵심인력은 특성상 3~4일 연속 집중 근무가 불가피하므로 주52시간제 규제를 풀어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에만 '주52시간 예외'를 적용할 경우 타 직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대해 왔다. 근로기준법 등에서 별도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위해 연구직의 근로시간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히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좌장을 맡아 진행한 반도체특별법 관련 토론회에서도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이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를 보이자 국민의힘도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언급하며 "실용주의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민노총 눈치는 봐야하니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다.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반드시 2월 중 반도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AI 산업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AI 수요기업은 더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단기간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도체 R&D 핵심 인력의 근로시간이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반도체특별법'에 고소득 핵심 R&D 인력으로 적용대상을 한정하고, 건강 보호 조치와 추가적 경제적 보상에 관한 근거도 포함한 만큼, 주 52시간 규제를 과거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현시점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특례 도입은 사회적 부담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특례를 도입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정협의회 실무협의에서도 반도체특별법 2월 처리 등을 주요 의제로 두고 민주당과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