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여야 정치권에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방선거가 치러질 2026년 6월 지자체 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정치권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개헌에 임해야 한다. 대한민국 이정표인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법치주의에 근거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로 대한민국 입법, 행정, 사법 모두 총체적 위기"라며 "가히 대한민국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987년 이후 대통령 탄핵만 3차례, 전현직 대통령 5명이 구속됐고, 급기야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며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지 오래고 정치의 사법화, 광장의 선동이 일상화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87년 헌법체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분권형 정치체제'로 혁신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구상하는 개헌 방향과 제7공화국 헌법의 핵심 가치를 소개했다.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미국 대통령은 행정권만 가질 뿐 국회 동의 없이 주요 간부를 임명할 수 없고 예산 편성권, 입법 및 감사 권한이 없다"며 "반면 한국 대통령은 이를 모두 갖고 있다. 임기 5년의 왕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절대 권력은 견제받지 않다 보니 부패와 권한 남용으로 이어졌다"며 "국정 안정과 연속성을 위해 '권한축소형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대부분 대통령제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절반 이상의 국민이 뽑는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결선 투표제란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1위 후보와 2위 후보만 놓고 다시 한 번 투표하는 제도다. 현재 대선은 몇 %를 득표했는지에 관계없이 1등만 하면 대통령에 당선된다. 후보가 난립하면 20~30% 대의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안 의원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한국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각제로 의회 다수당이 행정권까지 가지면 총리 권한이 지금의 대통령보다 더 막강해진다"며 "이원집정부제도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이면 서로 싸우느라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거대야당의 입법권 남용을 막는 견제장치도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초거대야당 출현에 따른 국회폭주를 막아야 한다"며 "과대한 입법권력으로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행정부 장관, 검사, 감사원장, 사법부 판사까지 탄핵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심 원칙인 3권 분립을 흔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과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및 절차를 세분화해 권한 남용을 막아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 삼권분립의 균형을 깨지 않도록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의원은 87년 헌법 체제는 그간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시작되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개헌의 중심은 국민이어야 한다"며 "경제, 복지, 환경, 인권, 평화 등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AI시대를 맞아 보편적 정보 접근과 안전할 권리도 포함돼야 한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권한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헌만으로 정치개혁을 완성할 수 없다"며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또는 독일형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서울 등 대도시에선 국회의원 3~4명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그 외 농촌 지역 등은 현재의 소선구제를 유지하자는 제도다. 도농 간의 인구밀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중선거구제를 일률적으로 도입할 경우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초광역선거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개헌 논의가 불붙으려면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라는 지적에 "지금이 적기"라며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상관없이, 대선에 나갈 마음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투표를 하자고 합의만 하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