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야권 비명(非이재명)계 주자들이 일제히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에서다. 최근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공직선거법 재판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이 대표는 내부 결집 도모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인 이날 오후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 연임에 성공한 당시 신임 지도부와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40여 분 간 회동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 대표가 양산을 찾는 건 당 안팎의 위기 속에 지지세를 넓히려는 행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 당하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 대표 선거법 2심 선고도 이르면 3월 말 나올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었다. 2심도 징역형이 나오면 대권 가도에 대형 악재가 된다.
야권에선 '이재명 대세론'을 꺾으려는 비명계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끈 '비명횡사' 공천을 사과하라는 뜻이다.
김 전 지사는 "내란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제반 여론조사 지표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우리 스스로부터 책임과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최근 정치보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임과 의무는 통합과 포용이라고 강조했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다보스포럼 참석 후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연 민주당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권 정당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다.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책임지고 맡을 유능함이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였던 김부겸 전 총리도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여러 가지 따끔한 경고가 오는 것"이라며 "강공 일변도의 태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