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이후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10일 전략기획특별위원회(전략특위)를 가동해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섰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여론조사를 추진하고 현장 간담회를 여는 등 신뢰 회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략기획특별위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전략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전략특위는 ‘권영세 비상대책위’ 출범 이후 당의 외연 확장과 쇄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관련 수사 상황 및 탄핵심판 대응과 별도로,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위기를 겪고 있는 보수 진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꾸려졌다. 전략기획부총장인 조정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총괄한다.

특히 이날 회의에선 최근 당 지지율 회복세를 두고 경계론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날도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직전 조사인 11월 4주차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저희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데 반사이익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탄핵 정국이 2차전으로 전개되면서 진영 대결이 격해지고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데다, 일부 조사에선 적극 지지층이 과다하게 표집됐을 가능성이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등을 통해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스스로 지지율을 올리는, 자강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전략 특위는 지지율을 냉정하게 분석하기 위해 자체 여론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를 통해 할지, 특위 차원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를 섭외해 추진할지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현장 간담회도 나설 예정이다. 외연 확장을 위해 당에 비판적이거나, 기대를 접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의견수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특히 최근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이 여론조사에 반영되면서, 당 지도부가 계엄사태에 대한 입장과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고심하는 기류다.

이에 냉정하게 당의 현 위치를 마주하고 쓴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상욱 의원에 대한 탈당 압박 논란이 불거지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집결한 의원들을 향한 비판이 있는 등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않을 경우 쇄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러다 한남동에 갇힐 수 있다”고 했다.

전략특위가 이날 회의에서 제시한 3대 목표(개혁, 세대 확장, 통합)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나왔다.

조 위원장은 개혁과 관련해선 “내부의 고름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의 총선 참패를 겪은 당의 구조적 약점을 개선하자는 게 골자다. 외연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 부재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특위 차원에서 개혁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원로·외부 인사들과 함께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당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의견수렴을 토대로 당헌·당규 수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2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별로 위원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회의에서 각 세대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 요구가 모이면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대립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위대한 국민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진영 간 대결이 극대화된 현 시점에서 당 차원의 개혁과 쇄신이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에 “지금은 대통령 체포라는 상황을 앞두고 있어 진영 논리가 너무 강하게 작동하는 때”라며 “(당도) 운신의 폭이 작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 통합을 위해선) 지도부가 억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보다 물밑에서 접촉해 다독이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