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탈당 압박’ 논란이 불거지자, 당은 “당론을 따라달라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당론을 이유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를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오른쪽 두번째 단상)을 비롯한 의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8개 법안 재의의 건이 부결되면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에 항의하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 후 권 원내대표의 김 의원 탈당 요구에 대해 “원내대표 개인의 의견이고 ‘탈당 권유’도 너무 나간 표현”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본회의 후 “계속 당론과 반대 행위를 한 김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당 차원의 탈당 권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신 수석대변인은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당론을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쪽에 방점이 있는 얘기이지, 탈당하라는 식의 얘기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도 다시 한번 (의중을) 확인했다. 말하는 스킬(기술)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 입장에선 표를 단속해야 하니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확대해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 수석대변인은 또 ‘당론에 따를 의무’를 강조했다. 그는 “당론은 지도부가 강요하는 게 아니고 108명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되는 일종의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라며 “당론이 결정되면 따라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저희 당은 상대방의 의견을 억압하거나 얘기를 못하게 하는 당이 전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에게) 의총에서도 좀 들어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의총이나 공개적인 공론회장에서 김 의원이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당론은 특정 사안에 대한 당의 통일된 입장이다. 통상 당 원내지도부가 특정 안건에 대해 당론을 정하자고 안건을 제시하면 의총에서 거수나 기립으로 추인을 받아 결정된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정한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가 있다’며 투표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당원은 결정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 의총에서 소명을 들을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당론이 헌법, 국회법보다 중시될 수 있느냐는 정치권에서 지속되는 논쟁이다. 헌법 46조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다. 국회법 114조의2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론이라는 이유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 투표를 막는 것은 위헌, 위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수석대변인은 “정당에 들어오겠다는 건 그 정당이 가진 정체성이나 가치, 이념에 동의한다는 것”이라며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맞게 표결한다는 것과 그 정당에 소속돼 있으면서 정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룰(규칙)을 전혀 안 따르겠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0민주항쟁 국경일 지정 법안 제안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의총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당 원내지도부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모자람도 있다. 반성하고 더 나아지게 노력하겠다”면서도 “의총 발언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당내 소장파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단결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단결은 되려 옳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고, 발언에 대해 비난을 함부로 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며 “의총장이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면 좋겠는데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생각을 귀결시켜 가는 과정이 된다면 옳지 않다. ‘표 단속 의총’이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울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지난달 4일 본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공개 찬성 입장을 밝힌 이후 보수진영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당은 김 의원에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사보임도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탈당’을 권유한 데 이어 ‘탄핵 찬성파’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은 경찰 출신 등 수사에 전문성 있는 의원들로 보임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행안위는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철 국가수사본부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신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과 관련한 수사 문제나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국수본 문제, 공수처의 불법 영장 집행 문제 등을 보면서 그쪽에 전문성을 가진 의원들이 가서 야당과 싸워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