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정부가 9일 ‘국정협의회’를 출범을 위한 첫 실무협의에 나섰다. 탄핵 정국 이후 극한 대치 중인 여야가 협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다만 민생 법안 우선 처리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의제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협의회 출범을 위한 첫 실무협의를 열었다. 협의 결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4인 체제의 ‘국정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국정협의회는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이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여야가 논의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 주체를 두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다만 이날 최 권한대행과 우 의장,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것으로 매듭지은 것이다. 기구 명칭도 ‘국정협의회’로 확정했다.
이날 실무협의에서 논의된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무 협의에서는 바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회의 결과에 대해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여당은 반도체산업 특별법 등 민생 법안 우선 처리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개헌특별위원회 가동을, 민주당은 추경 편성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아직 여야 합의 처리가 되지 않은 민생 법안과 반도체산업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 등 미래 먹거리 4개 법안을 1월 임시 본회의에 올려서 처리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은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 등 개헌 논의를 위한 여야 개헌특별위원회 발족도 오늘 실무협의에서 제안해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수 회복을 위해 최소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협의체 실무협상에서 추경을 제1의제로 제기할 것”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재정확대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했다.
추경 편성을 두고는 여야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여당은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추경보다 올해 예산안 조기 집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재명표 예산’이라 불리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야·정은 다음 실무협의에서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오늘은 가능성만 열어놓고 양당 대표에게 보고한 다음 다시 한번 협의해서 의제별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부분은 좁히고 협의회를 할 수 있으면 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국민의힘 강명구·민주당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