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의 본회의 재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공개적으로 권유했다. 당론에 반대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쇄신과 당 통합을 과제로 내세웠던 당 지도부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원내대표는 쌍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당론을 따라야 한다. 따르지 않을 거면 탈당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대답하지 않자 권 원내대표는 “내 말이 농담 같냐”고 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계속 당론과 반대 행위를 한 김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이날 쌍특검법 ‘부결’ 당론에 따르지 않은 의원들을 향해서도 “위헌 법률임이 틀림없고 거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했음에도 당론을 따르지 않음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과연 같은 당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굉장히 불만을 표시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본회의 후 취재진에 “그동안 탈당에 대한 많은 압력이 있었다”며 “양심에 따라 움직이고 보수주의자로서 부끄럼 없이 행동해 탈당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이라면 당리당략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저는 건강한 보수를 지킨다는 우리 당의 가치에 부합해 움직이고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해당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비주류인 ‘탄핵 찬성파’에 유독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윤상현·김민전 의원에 대해선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정당으로서 의원 한 분, 한 분을 일일이 재단하고 평가할 수 없다(박수민 원내수석대변인)”고 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당론’에 따르기를 압박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쌍특검법 수정안을 발의해 ‘이탈표’ 논란을 막고 당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본회의에선 내란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각각 6표,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김 의원도 쌍특검법의 위헌, 위법성에 대해 고민했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김 의원은 “내란 일반 특검법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법적 근거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법도 수사 범위가 합법적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 일부 남용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국민적 의구심이 큰 상태라 마냥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탈당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의원들 간 합의를 거쳐 독소 조항을 뺀 합리적인 특검이 될 수 있도록 먼저 대처해야 한다”며 “징계의 정치를 하는 건 내부 단결이 중요한 시점에서 여당 대오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수정안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위헌 요소를 제거한 안을 갖고 이른 시간 안에 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의총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안 발의 가능성에 대해선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했다. 수정안으로는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