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과 집행을 시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강경 대응하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조속히 자진 출석해 여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 “대단히 불공정하고 대단히 월권적인, 부당한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 수사에 대해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없다며 “불구속 수사가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 번 정도 출석을 안 했다고 영장을 바로 청구하는 건 흔한 경우가 절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 측이 수사를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향후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경우엔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권 위원장은 “앞으로 공수처가 (적법 수사 행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우리 당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추후 상황에 따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되자, 공수처와 대법원을 잇달아 방문해 영장 청구와 발부·집행의 위법성·부당성을 주장하며 전방위 압박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영장에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수색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을 적용 예외로 적시한 것은 삼권 분립을 위배한 것이자 영장 판사의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직권남용과 관련된 죄만 수사할 수 있고, 내란혐의를 수사·기소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해 공수처는 관련 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론 개별 의원들도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강경 대응하는 분위기다. 윤상현·박충권 의원 등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체포영장 반대’ 집회에 합류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체 무슨 근거로 공수처가 대통령 출석을 세 차례나 요구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진짜 내란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수위로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강성 보수층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당의 탄핵 특검 공세가 거센 가운데 전통 지지층마저 이탈할 경우 당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여권 위기감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요청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기 대선에 대비하려면 ‘중도층 확장’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0년 이상을 검찰에서 일했던 사람이 영장이 발부됐는데 못 가겠다고 하면 되겠나”라며 자진 출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무섭더라도 용기 내서 자진 출석을 했어야 하는 일인데 이렇게 강제 체포로 귀결된다는 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