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의원이 경남지사를 했던 시절을 똑똑히 기억한다. 시원시원하고 추진력 있게 일했다. 거기에 집권당 후보 아닌가. 김두관이 못하는 걸 할 거라고 믿는다.” (66세 택시 기사 최철호씨)

“김두관 의원이 김태호 의원보다 빠지는 게 있나. 인물도, 성품도 뒤지는 게 없다. 그러면 4년이라도 먼저 우리 지역을 봐 온 사람을 뽑는 게 맞는다. 김태호 의원은 양산을 초짜지만 김두관 의원은 양산을 현역이다.” (31세 직장인 김화영씨)

지난 29일 경남 양산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민영빈 기자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제22대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날 오후 2시 김태호 국민의힘 양산을 후보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후보는 서창시장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태호 후보는 장을 보러 온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허리를 굽혔고, 김두관 후보는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경청했다.

시민들은 먼저 두 후보를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 중 일부는 “꼭 당선돼서 양산을 발전시켜 달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전략공천한 김태호 후보는 6070세대에서 인기가 높았고, 현역으로 3선에 도전하는 김두관 후보는 젊은 층의 인기가 많아 보였다.

제20대 총선부터 신설된 지역구인 양산을은 ‘낙동강 벨트’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특히 퇴임 후 귀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이곳 평산마을에 있어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도 아니다. 제20대 총선에서는 서형수 민주당 후보가 이장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1.9%포인트 차이로 이겼고, 제21대 총선에서도 김두관 민주당 후보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나동연 후보를 1.68%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두 차례 모두 민주당이 이겼지만 간발의 차였던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태호·김두관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달 17일부터 18일까지 양산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2명을 조사한 결과 김태호 후보가 47% 지지를 받았고 김두관 후보는 46%로 집계되면서 1%포인트 초박빙이었다. 양산신문의 의뢰로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양산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5명을 조사한 결과, 김태호 후보 지지율은 46.8%였고, 김두관 후보 지지율은 45.5%로 접전을 벌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지난 29일 오후 2시 경남 양산 서창시장을 찾은 김태호 국민의힘 양산을 후보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후보가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태호·김두관 후보 캠프 제공 갈무리

◇ 반으로 나뉜 양산을 민심… “여당에 힘 실어 양산 발전해야” vs “양산서 정치했다는 믿음”

서창시장과 양주동 젊음의 거리, 물금역 등에서 만난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는 연령대별로 갈렸다. 50대 후반부터 60·70대 이상은 김태호 후보를 지지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박지현(57)씨는 “양산에서만 50년 살았다. 양산 토박이들은 김태호 후보를 지지한다”며 “김두관이가 양산 발전에 한 게 뭐 있나. 선거 때 돼야 시장 도는데 꼴도 보기 싫다”고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70대 남성 이모씨는 “우리 딸하고 사위는 민주당을 찍어줘야 한다고 하는데, 집권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양산이 발전하지 않겠나”라며 “두 사람 공약이 비슷한 감이 있어서, 사람 됨됨이로 봤을 땐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반면 30·40대부터 50대 초반인 양산시민들은 김두관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35)씨는 “저희는 3대가 함께 살고 있는데, 모두 김태호 후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다”며 “결국 당에서 가라고 해서 (양산으로) 온 거 아닌가. 낙하산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15년째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는 박모(48)씨는 “김두관은 검증된 반면, 김태호는 경남지사를 했다는 것 빼면 뭐가 있나”라면서도 “물론 김두관도 완전 양산 사람은 아니다. 남해 사람이지만 그래도 김태호보다 먼저 양산에 와서 정치를 해보지 않았나. 지역 현안을 보는 눈은 김두관이 더 낫다고 본다”고 했다.

◇ “尹 정권 심판하려면 김두관” vs “이재명 별로니까 김태호”

두 후보를 놓고 양산시민들은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구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정권 심판을 이유로 김두관 의원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이다. 석산동에서 잡화점을 하는 40대 남성 한모씨는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것 중 마음에 드는 게 단 하나도 없다”며 “이번 총선에서 대패(大敗)를 해봐야 정신 차릴 거라는 생각으로 김두관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의대생 김모(24)씨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해야 했나 싶고, 제가 배운 민주주의는 대화가 기본이었는데 그게 아닌 정부 같아서 실망했다”며 “국민의 무서움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본다. 김두관 후보에게 투표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채소를 사러 나온 백반집 주인인 박모(57)씨는 “김두관이 싫은 건 아닌데 이재명이 정말 싫다”며 “이재명 때문에 민주당을 찍어도 될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보다는 김태호 후보가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60대 남모씨도 “민주당 공천도 친명(친이재명)으로만 전부 깔지 않았나. 이번 국회도 ‘방탄’하려는 건가 싶었다”며 “이재명이 싫으니까 김두관이는 잘못도 없는데 그냥 싫어지더라. 김태호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후보(왼쪽)와 김태호 국민의힘 양산을 후보. 두 후보 모두 유세차량 위에 올라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두관·김태호 후보 캠프 제공 갈무리

◇ 닮은 이력 김태호·김두관… 부울경 메가시티·웅상중앙병원 폐업 해결 등 공약도 비슷

양산시민들은 두 후보의 공약보다는 인성이나 됨됨이, 당 분위기 등을 투표 기준으로 삼은 모양새다. 두 후보가 걸어온 정치적 행보나 이력이 큰 차이가 없고, 공약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게 양산시민들의 중론이다.

김태호 후보는 경남 거창군수와 경남지사를 거쳐 제18·19·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중진이다. 김두관 후보도 경남 남해군수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를 거쳐 제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지역 정치부터 착실히 단계를 밟아 중앙정치로 올라온 정치인으로 통한다.

두 후보의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태호 후보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공약을 앞세우면서 부울경 광역철도 건설과 웅상 KTX 정차역 신설을 약속했다. 김두관 후보도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을 약속하면서 KTX 환승역 설치와 수영강 상류 상수도 보호구역 해제 추진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양산을 최대 현안은 ‘웅상중앙병원 폐업’이다. 웅상중앙병원은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될 뿐만 아니라, 13개 진료과목과 전문의 20명 등을 갖춘 양산 동부권의 거점병원이었다. 이곳이 폐업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의료 공백 우려가 급부상했다. 이에 두 후보 모두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김태호 후보는 웅상중앙병원을 속히 정상화하고, 공공의료원도 설립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김두관 후보는 웅상중앙병원을 정상화하면서 이를 공공의료원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양산시민들은 두 후보 중 웅상중앙병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모(44)씨는 “매번 가던 웅상중앙병원이 없어지면서 불편해졌다. 왕복 2~3시간은 나가야 큰 병원이 나온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모(28)씨도 “아버지께서 최근 아프셨는데 웅상중앙병원을 가지 못해서 다른 지역까지 나간 적이 있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