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이 주도해 통과된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김건희 특검)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31일 정식 요청했다. 법원이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선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법에 대해 “두 특검 모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정부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쌍특검법은 위헌 요소가 농후하다”며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에 대해선 (수사 대상이) 하나밖에 없고 15개 의혹을 수사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비합리적이다. 그리고 (특검을) 야당이 추천하는 야당 특검”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위헌·위법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이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완전히 배제해 특검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데다, 수사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 대행을 향해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쌍특검법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 달 1일까지다. 정치권에선 최 대행이 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최 대행의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거부권 행사로 쌍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여당은 수정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전날(30일)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과 위헌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해서 충분히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재의요구권이 오면 그 법안에 대해 표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일단은 (법안을) 부결시켜 놓고 그다음 수순에 대해선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쌍특검법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문제에서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탄핵 정국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 대행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되기 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위기 속에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쟁점 사안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관 임명 불가’를 고수해온 여당도 고심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당 입장은 변함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소추와 재판은 분리가 돼야 하고 권한대행은 적극적인 현상 변경이 아니라 현상 유지적인 조치만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선 안 된다는 당 입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총리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법원이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의견을 조율해서 출석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체포 영장이라는 비상 수단을 통해서 현직 대통령 구금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사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미 비상계엄 관련한 분들에 대한 조사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 국격에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체포영장에 응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물음에는 “대통령이 적절하게 대응할 거라고 본다”며 “수사와 체포에 대해 당이 이래라 저리래 할 상황은 아니고 오로지 대통령의 몫”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