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관의 가혹행위와 증거 왜곡 등을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특례법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무원 인권 탄압법'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대안)이 상정되고 있다. /뉴스1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처리했다. 투표 결과, 재석 289인 중 찬성 179표, 반대 105표, 기권 5표로 가결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야당 주도로 통과된 것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특례법은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새롭게 규정하고, 이에 대해 형사처벌 공소시효를 배제해 처벌받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 본인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적용도 제한토록 했다. 또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했다.

특례법이 규정한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검사·경찰·수사관 등이 사건을 조작할 목적 등으로 증거를 위조·은폐하거나 위력을 통해 특정 증언을 강요하는 행위 ▲인신구속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군 지휘관 등이 폭행·가혹행위로 타인을 다치거나 숨지게 하는 행위 ▲수사기관의 사건 조작 등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제정법임에도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야당 주도로 일방적으로 처리됐고, 반인권적 국가범죄 적용대상이 광범위해 형사법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무원 직권남용 등이 반인권적 국가범죄 대상에 포함돼 있어 일선에서 민생수사를 담당하는 현장 경찰, 검찰수사관 등까지 보복성 고소, 고발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고 본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에 앞선 반대토론에서 "이 법은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국가가 자행한 반인권범죄 피해자와 유족이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그렇다면 시효 배제 대상을 과거 군사정권 시절 범죄에 한정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적용대상 시점에 아무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또는 기소에 관한 직무라든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조작·은폐하기 위해 범한 죄와 같은 불명확한 개념은 예측이 불가능해 범죄 범위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어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도리어 수사 공무원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법이 통과된다면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공소시효를 완전히 배제해 국가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는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중상해를 입힌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선 이제 공소시효를 없애는 게 우리 국회의 할 일"이라며 "국가기관이 저지른 폭력으로 사망하거나 상해 입었을 때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더이상 조직적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