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수습할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친윤계 ‘투톱 체제’로 가닥을 잡는 듯 했으나, 막판 조율을 앞두고 ‘원톱 유지’ 의견에도 힘이 실리면서 혼선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주자급 의원들까지 거론되면서 내용상 조기 대선 경선의 모습도 띄고 있다. 다만 여전히 결정의 키를 친윤계가 꽉 잡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탄핵 국면의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권영세 의원, 나경원 의원./뉴스1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당내 의견을 취합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총회의 형식을 빌려 두루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지만, 비대위원장 지명권은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갖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초선·재선 및 중진 등 모임을 통해 비대위원장 관련 의견을 받아왔다.

비대위원장 인선은 표면상 향후 당 운영을 두고 ‘안정이냐 변화냐’ 기조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했느냐, 반대했느냐에 따라 각자 득실과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으로 점철돼 있다. 국민의힘 108표 중 반대표가 85표가 나온 만큼 여전히 당 내부는 친윤계가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초 내부에선 권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가 거론됐다. 이에 기존 당내 역학 구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 대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윤계 좌장격으로 통하는 인사다. 친윤계 일각에서도 원톱에 대한 반감이 나왔다. 다선 중진 의원 한 명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법률가가 아니라 소위 판을 바꿔놓을 사람”이라면서 “판 바꾸는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재선, 3선, 4선 의원들도 지난 20일 선수별 모임을 갖고 ‘투톱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뜻을 모으고, 권 권한대행에게도 의견을 전달했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맡는 ‘원톱 체제’의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당내 목소리가 일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재선 모임 후 권영진 의원은 취재진에 “지도부가 짊어질 부담과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당의 보이스(목소리)를 둘로 가는 게 어려운 국면을 넘기는 데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투톱 체제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누구를 앉힐 것이냐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 득실 계산이 분주해졌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5선의 권영세 의원은 권 원내대표 보다 융통성이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부터 통일부 장관까지 두루 거친, 친윤계 인사다. 나경원 의원도 많이 언급된다. 평소 “특정 계파에 줄 서거나 편승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함으로써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다만 전날(22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의원이 제게 원톱으로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전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원톱 체제 가능성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 판결보다 늦게 나오게 하는 것이 윤 대통령측과 여당의 공통된 이해관계 아니겠냐”며 “당 내부에서 어차피 친윤으로 스탠스를 잡았다면 스피커가 2명인 것보다는 1명인 것이 당 통합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투톱 모두 친윤이라는 점에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도로 친윤당 우려에) 걱정이 많다“며 (새 비대위원장이) 국민 지지를 받고, 정통 보수 정당으로 길을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보수 가치를 재조명하고 원내외를 떠나서 범보수가 뭉쳐 보수 재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사가 아닌 다른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사실 지금 현재 국민들은 사람을 보고 이 당이 바뀌었는지를 우선은 판단을 하지 않냐”며 “그렇게 하려면 영남당, 친윤당이 아니고 극우 정당이 아니어야 하는데, 과연 현재 거명되는 후보 중에 자유로운 분이 있는가, 거기에 대해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원외 인사’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유승민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