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대구역 광장에 조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23일 시민들 앞에 본모습을 드러냈다.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지역 야당 정치인들은 제막식에 앞서 규탄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2시 박정희 광장(동대구역 광장)에서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등 29명의 주요 내빈이 참석했다.
홍 시장은 동상 제막에 앞서 축사를 통해 “대구에는 (산업화 정신을 계승한) 2·28기념중앙공원, 국채보상운동공원 등이 있지만 그 정신의 출발점이었던 상징물이 없었다”며 “그래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시민들 앞에 공개됐다. 3m 높이의 동상은 밀짚모자를 쓰고 볏짚을 든 박 전 대통령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동상 받침대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유명한 친필 휘호가 새겨졌다. 1965년 9월 한 농가에서 촬영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이날 제막식을 앞두고 동상 설치를 비판하는 긴급행동에 나섰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부 최초로 정권을 찬탈한 내란의 원조이자 독재의 화신”이라고 규탄했다..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단체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홍 시장은 내란의 원조인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에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국가철도공단과 협의 없이 불법 건축물을 설치한 부분을 짚어 비판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동대구역 광장에 추가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공단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구시에 보냈다. 하지만 시는 이를 무시하고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 시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대구시는 2017년부터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관리권을 이양받아 115억원을 들여 동대구역을 조성해왔다”며 “내년 초 정산이 끝나므로 소유권이 시 쪽으로 넘어온다”고 동상 건립이 적법한 이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