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 사태로 공전했던 ‘투자자 보호’ 관련 입법을 재추진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및 가상자산과세 유예로 ‘중도층 견인’을 꾀하는 동시에, 여당이 반대하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각각 개정해 시장 개편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내홍에 빠진 여당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단장 오기형)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에 오는 19일 ‘상법 개정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당초 재계와 개인 투자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4일 열 예정이었지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연기됐다.

여기에는 한국경제인협회를 제외한 7개 단체(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 등은 이미 협의를 마친 만큼, 오는 17일 중으로 토론회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및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적시를 두고 이해 당사자인 재계와 개인 투자자가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이다. 좌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다만 당 소속 의원 간 토론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난 10월 ‘금투세 토론회’와는 다르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이 상법 개정안의 내용·취지를 설명한 뒤 ▲양측 모두발언 ▲양측 사례 발표 ▲이 대표가 주도하는 질문 순으로 진행한다. 재계와 개인 투자자 측이 각각 ‘경영권 위축’, ‘소액 주주 권한 침해’를 골자로 찬반 의사를 표하면, 좌장인 이 대표가 양측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자본시장법과 ‘투트랙’… ‘쪼개기 상장’시 주주보호 법제화

자본시장법 개정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여당이 ‘과잉 규제’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가운데, 상장사에 대한 ‘핀셋 규제’라도 시작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도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시한 만큼, 여당이 거부할 명분을 최소화하는 접근 방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지난 10일 ‘물적분할 시 소액주주에 신주 70% 이상 우선배정’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업이 모회사의 핵심사업부를 떼어내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할 경우, 모회사 가치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모회사 기존 주주는 신주인수권이 없다. 개정안은 일정 수준의 신주를 이들에게 우선 배정토록 의무화했다.

그 외 여당에선 ‘20% 배정’(윤한홍 위원장), 민주당에선 ‘50% 배정’(민병덕)과 ‘25% 배정’(김용만) 안이 나왔다. 앞서 강훈식 의원은 ‘전량 공개 매수’ 안을 냈다. 인수·합병차 피인수기업 주식 매수 시, 매수하고 남은 주식 전부를 무조건 공개 매수하라는 내용이다.

◇與 내홍 속… 野 감세·투자자보호 등 이슈 주도

민주당이 자본시장 관련 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건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목적이다.

그간 진보진영은 금투세·가상자산과세 등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정의에 입각, 자본이득 과세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2기 지도부 출범 후, 이런 기조에서 이탈했다.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 법안도 마련했다. ‘이재명표 감세’에 소수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 이 대표가 내민 카드가 ‘개미 보호’다. 800만 개인 투자자 표심을 얻는 동시에, 전통 지지층의 반발도 상쇄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0.7%p(포인트)로 패배한 이 대표로서는 ‘자본시장’ 이슈가 중도를 견인할 카드라고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은 탄핵대로 계속 진행하되, 시장과 투자자 보호에도 틈이 생기지 않도록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며 “여당이 자중지란으로 집권당 역할을 사실상 못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수권정당 면모를 보여 안정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