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야권 대선 주자를 향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통해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생겨서다. 친한(親한동훈)·반한(反한동훈) 내홍 중인 여당의 인물부재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재판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독주체제에 도전하는 비명계 잠룡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인 204명의 찬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은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실로 각각 송달된다. 윤 대통령은 이를 전달받는 즉시 모든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헌재 탄핵심판 결정까지는 최장 6개월이 걸린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국회 가결 63일만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91일 만에 선고를 내렸다.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보다 법리 다툼이 단순하고 관련자도 적다. 법조계에선 2개월 내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헌법 68조에 따라, 대선은 헌재 인용 뒤 60일 이내 치러져야 한다. 이 경우 차기 대선 시점은 4월이 유력하다.
◇정국 주인공 李, 대권 행보 본격화
이 대표는 이미 해외 언론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며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일부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며 미 대선 당선인에 빗대기도 했다. ‘차기 지도자’임을 부각하려는 발언이다.
민주당 적극 지지층에선 사실상 이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2016년에도 제1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가 41.08%를 얻어 당선됐었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한 데에는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당내 기반도 압도적이다. 민주당 당비를 내는 250만 권리당원 과반은 이 대표가 출마한 2022년 대선을 전후해 입당했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팬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권리당원 표 가치를 높이려 당헌·당규를 고쳤다. 지난 총선 땐 공천 규정을 바꿔 반대파를 사실상 축출했다. ‘친명’을 자처한 현역만 생환했다. 그만큼 원내 세력이 확고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재 이 대표는 각종 범죄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외에도 ▲위증교사(1심 무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 재판이 있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르면, 선거범 재판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전(前)심 선고 후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조기 대선 전에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2심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유지되면, 대법원 판결 전이어도 사실상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법리스크 없는 김동연·김부겸, 親文 적자 김경수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경쟁할 야권 후보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내년 초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원외에선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신 3김’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출신으로 국정 운영 경험을 갖췄다.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강점이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전국민 25만원 지원’을 두고 이 대표와 대립한 적이 있다. 상위 20%를 제외한 서민·중산층만 선별 지원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기도 했다.
보수 텃밭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수권 정당’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엔 당이 한덕수 총리 탄핵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하책’이라고 혹평했다. 정무적 완급 조절을 하란 뜻이다. 지난 총선 때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당시 ‘비명(非이재명계)횡사’ 공천을 공개 비판했었다.
‘친문 적자’ 김경수 전 지사도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유학을 떠났던 그는 최근까지 독일에 머물며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4월 총선 후 친명 체제로 재편된 민주당 내 ‘비명 구심점’을 할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대선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중도층 소구력은 약하다는 평도 있다. 원외 인사인 세 사람 모두 언론 대응팀을 따로 구성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력’ 절실한 원외 3金… 현역 의원 결집은 미지수
다만 ‘친명 일색’ 현역 의원들이 비주류 원외 주자를 중심으로 결집할 지는 미지수다. 차기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문제여서다. 이들 입장에선 권력의 추를 넘기지 않는 게 최대 관심사다. 원외 잠룡들이 원내 세력을 얻지 못하면, 대권 도전도 어려워진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민주당 주류 세력 입장에선 비명계로 당·대권이 넘어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설령 이 대표가 형이 확정돼 출마가 막히더라도 친명계는 자기들 내부에서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친명계의 전폭적 지원 없이 대선 본선은 불가능한 구조”라며 “주류는 자신들 입지가 좁아질 위험한 선택보다는 ‘자신들이 동의할 수 있는’ 플랜B를 찾아 공천 기득권을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 대표가 계엄 국면의 주역은 맞지만, 다음 대통령이 누구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법원이 이 와중에도 조국 대표 형 확정을 미루지 않았다”면서 “2심에서도 이 대표 징역형이 유지되면, 야권에선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