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법'이 12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다시 넘었다. 야당이 추진하는 네 번째 특검법이다. "국정 운영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했다.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82인 중 찬성 195표, 반대 85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권영진·김재섭·한지아·김예지 의원이 찬성표를, 김용태·김소희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네 번째 특검법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세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와 재표결에서 모두 부결, 폐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을 거쳐 폐기되자 이틀 뒤인 지난 9일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은 15개다. 기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20대 대선 경선 부정선거 의혹 등에 더해 ▲김 여사와의 관계를 이용한 명씨의 '대우조선 파업·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등 국정 불법 개입 의혹'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앞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서 수사 대상을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대선 경선 관여 및 불법 여론조사 의혹 ▲위의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 등 3개로 축소했었다. 여당의 이탈표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이를 15개로 늘린 것이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도 다시 세졌다. 특검 후보를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토록 했다. 대통령이 임명을 미룰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되도록 했다. 앞서 세 번째 특검법에선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제3자 추천' 방식을 담았었다. 여당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연책이었다. 당시 여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야당이 무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어 "무늬만 제3자 추천'이라며 반발했지만, 네 번째 특검법에선 '제3자 추천 방식'마저 없앤 것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앞서 세 차례와 달리 이번에는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운영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고 보고 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전망에 대해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특검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고,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에서 그런 부분을 잘 감안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네 번째 특검법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어느 정도 나올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300명 전원 출석을 가정하면 여당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특검법이 통과된다. 지난 7일 세 번째 특검법 재표결에선 '부결 당론'에도 여당에서 이탈표가 6표가 나왔다. 여권 내에선 "다음 재표결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