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진실 여부를 두고 국가정보원 수뇌부 내에서 말이 갈리고 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홍 1차장이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면담에는 조 원장도 동석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을 선포한 직후 홍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
홍 1차장은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홍1차장에 따르면 체포 대상자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민주당 소속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올라와 있었다.
반면 조 원장은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그런 보도가 났을 때 홍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에 어떤 행동이나 조치를 한 적이 없다”며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있으면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원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 하는 경우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은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체포에 관여할 인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 1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와 협력해 한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1차장은 전날(5일) 조 원장이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하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튿날인 이날 오전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원장은 홍 1차장의 인사 조처 배경에 대해서도 “1차장 교체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누구로부터 ‘경질해라, 교체해라’ 얘기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홍 1차장이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적절치 않은 말을 내게 한 바 있다”며 “지금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국정원은 철저히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에 1차장을 교체하는 게 옳다고 판단, 대통령께 건의해서 인사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