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두고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민생경제 예산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을 만나 “국회의장은 오는 10일까지 예산안 협상해서 처리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특활비를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 예비비 삭감과 특활비 삭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감액 예산안을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삭감한 부분을 양보할 수 없어 의미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지역구 예산을 포기하더라도 삭감안이 제대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있었다”며 “특히 박지원 의원은 특활비 삭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야당을 너무 무시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은 절대로 양보할 의사가 없어서 정부와 여당의 판단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민생경제 예산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프레임’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상속세 완화와 같은 초부자감세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민생경제 예산 증액을 제안할 경우 특활비를 양보할 수 있냐는 질문엔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안전예산과 민생예산을 확보하고, 초부자감세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며 “정부는 부자감세에 해당하는 세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고, 지역사랑상품권도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해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했다는 프레임을 만들겠지만,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 정부안 677조4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내년도 예산안 중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507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82억원씩 줄었다. 정부 예비비는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삭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을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방탄·보복 예산안’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이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폭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방탄에 방해가 된다면 국가기관, 감사기관, 수사기관할 것 없이 예산을 난도질하고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저열한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오는 10일 김건희 특검 표결·채 해병 국정조사 승인”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법 재표결,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채상병 국정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오는 10일은 올해 정치적인 ‘빅 데이(Big Day)’가 될 것”이라며 “여당이 민주당 의원총회 직전에 채 해병 국정조사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잘못된 프레임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를 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오는 4일 본회의에선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와 연관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현재 국회 과반 의석(170석)을 점한 민주당만으로도 탄핵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또 검사 탄핵안에 반발한 검사들에 대해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겼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