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아 검찰·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를 삭감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정부의 주장엔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 예비비 삭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대구 중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삭감의 대부분이 특활비를 깎은 것인데, 나라 살림을 못하겠다는 건 당황스러운 이야기”라며 “증액을 안 해줘서 협상을 못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필요하면 예산안을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가 예비비 4조8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코로나19 당시에도 예비비가 1조5000억원을 넘은 사례는 없다”며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중 절반이라도 줄여 나라빚의 이자라도 깎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차관 형태로 지원하기로 한 3조원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3조원 중 일부인 1억 달러(약 1403억원)를 우선적으로 줬다. 가나에는 차관 1조원을 면제해줬다”며 “전쟁을 치르는 국가에 빌려준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받기 어려운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 너무 어려운데, 예산을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 재건할 수 있도록 23억 달러(약 3조23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억 달러(약 4212억원), 내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8080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가나의 차관 1조원을 면제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이미 외교부가 지난 6월 ‘채무 탕감’이 아닌 ‘상환 유예’라고 밝힌 내용이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상인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지방의 어려움이 크다. 원인은 국토 불균형 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라며 “경제성장은 멈추고 있고, 내수는 침체되고 있어 정부의 적극재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안 갈등 고조… 與野 대표 회동은 ‘아직’
여야의 갈등이 예산안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양당 대표가 회동할지는 미지수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여야 대표 회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무시하고 답이 없는 상태”라며 “예산안은 현재까진 그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 정부안 677조4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정부안에서 감액 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예결위를 통과시킨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내년도 예산안 중 정부 예비비는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은 5000억원이 감액됐다.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507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82억원씩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