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심사만 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가운데, 의장이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예산안 상정을 거부한 것이다. 대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로써 국회는 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예결위가 의결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 됐지만, 의장은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예산안 의결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송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할 것을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민주당 강행한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는 이유로 경기침체와 대내외 경제위기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행이 내후년 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했다”며 “빈부격차는 커지고 중산층과 서민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예산안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했다.
여야는 물론, 정부에도 법정 시한을 넘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다수당과 집권당으로서 걸맞는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정부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분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이 늦어진다”면서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걸 하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4조 감액만 한 예산안 예결위 통과, 헌정사 최초
앞서 국회 예결위는 지난달 29일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 정부안 677조4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당초 4조8000억원이었던 정부 예비비는 2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은 5000억원 감액됐다.
또 검찰·감사원·경찰 특정업무경비 및 특수활동비 678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82억원 전액이 삭감됐다. 정부안에서 감액 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한 건 헌정사상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