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9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12월 2일을 지켜야 한다며 다수 의석으로 감액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법무부 특정업무경비 등이 삭감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처음이다.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등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예산안 표결을 실시해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속개하는 전체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국회는 예산안 증액에는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동의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2조원 증액할 것을 주장해왔지만, 이를 포기하고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에 따르면 법무부의 검찰 특정업무경비 507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0억원을 삭감했다. 전년 대비 크게 증액한 정부 예비비는 2조4000억원을 감액했다. 이외에도 대왕고래 가스전과 용산공원 예산 등도 감액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수정안에 대해 “총수입은 정부안보다 3000억원 감소한 631조원, 총지출은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소한 673조3000억원”이라며 “증액 심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부득이 감액만으로 수정안을 구성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 규정이 신설된 이후 예결 소위가 최초로 법정기한 내 심사를 완료했다”며 “누구도 가지 않는 어렵고 힘든 길이었지만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결소위 통과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을 내년도 예산안 심의 방향으로 삼고 검찰, 경찰, 감사원의 예산을 삭감해 기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방송장악을 유지하기 위해 방심위의 기본경비마저도 일방통행식으로 삭감했다”고 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의원은 “검찰, 경찰, 감사원은 이재명 대표 수사에 한정된 기관이 아니고 마약, 조폭, 사기 등 사회 전반의 민생침해범죄를 단죄하고, 국가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기관을 무력화하는 것이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사고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통과로 민생 관련 예산도 함께 깎였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법률구조공단 예산과 AI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예산도 전부 다 삭감됐다”며 “재해대책 예비비도 대폭 깎아 상당히 위험한 지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