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9일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결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 예비비와 검찰 특정업무경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대왕고래 가스전과 용산공원 예산 등이 감액된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이날 예결위를 통과한 수정안에 따르면, 2025년도 총 지출은 정부안 677조4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줄어든 673조3000억원이다. 기존에 4조8000억 규모였던 정부 예비비는 2조4000억원으로 줄었으며,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은 5000억원, 검찰 특정업무 경비는 507억원, 특수활동비는 82억원씩 각각 감액됐다.
정부안에서 감액 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한 건 헌정사상 최초다. 통상 예결위에선 감액심사를 먼저 한 뒤, 증액심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 예결위 심사 과정에선 증액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과반 의석(170석)을 점한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산안조정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감액 심사만 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예결위 소위가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목표로 감액과 증액을 균형 있게 심사하려고 했으나, 정부에 증액동의권을 부여한 현행 제도의 한계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법상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예산안은 다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야당은 이 제도가 예산 심사를 ‘무력화’ 한다며 “법정시한이라도 지키기 위해 감액안만 의결한 것”이라고 했다.
예결위 소속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분풀이를 위해 특정업무경비, 특활비를 전부 삭감해버렸다”고 했다. 박수민 의원도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한 달의 시간이 있었다”며 “이럴 거면 예결위는 왜 운영하느냐”고 했다. 반면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집권여당이 검찰 특활비와 김건희 예산을 살리려고 민생을 포기했다”며 “(특활비 삭감으로) 수사를 방해한 것처럼 말하지만 ‘특혜비’만 깎은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내달 2일이다. 원칙적으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도 거치지 않은 예산안을 상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구 예산 증액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향후 여야 원내지도부가 예산 추가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