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당 내홍이 길어지는 가운데, 문제를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압박하는 친윤(윤석열)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계 좌장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계속 이런 식으로 당내 분란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사실관계 파악을) 거부하면 한 대표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뒤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권성동 의원. /연합뉴스

권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정기 세미나에 참석해 ‘당정관계’를 주제로 특강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새미준은 지난 2022년 12월 출범한 친윤계 최대 외곽 조직이다.

권 의원은 “과연 누가 그런 행위(비방글 작성)를 했는지 당에서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며 “그걸 밝히는 게 한 대표의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하고 강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특강에서도 거듭 당원 게시판 논란을 한 대표가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당원 게시판 문제가 시끄러운데 한 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할 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원 게시판 글이) 대통령 부부를 비판했다고 해서 이 문제로 뭐라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가족이 올렸는지, 제3자가 가족 이름으로 올렸는지 이걸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문제는 간단하다. 당 지도부가 누가 했는지 파악해서 발표하면 된다. 실수가 있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되고 억울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때와 상황, 자신의 직분에 맞춰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900여 건 넘게 올라온 이후, 일부 당원과 친윤계 인사들은 한 대표 가족이 해당 비방글 작성에 관여했는지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대표 측은 정당법상 당원 신상을 파악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또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당정 갈등에 따른 역대 정권 재창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들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YS의 차남 김현철씨의 ‘한보 게이트’를 기점으로 대통령 탈당까지 이어지는 내홍을 겪었다. 끝내 15대 대선에서 패했다. 이를 언급하며 권 의원은 “당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당정 갈등으로 인해 대통령직을 내준 꼴이 됐다”며 “결국은 민주당보다 강했지만 분열 때문에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그 당시보다 의석도 적고 국민적 지지도도 낮고 언론 환경도 안 좋다”며 “그때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권 의원은 “당내 갈등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며 “갈등 상황을 표출하는 게 정치적으로 길게 보면 절대 이익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정은 자주 소통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정 화합을 강조했다.

친윤계 김기현 의원도 전날(27일)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보수모임 ‘투게더포림’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언급하며 “외부에서 (보기에) 당당하고 깔끔하고 시원하고 솔직했으면 좋겠는데 뭔가 좀 남은 것 같아 보이고 꺼림칙한 게 남으면 되겠느냐”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다음 달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앞둔 가운데, 당원 게시판으로 촉발된 내홍이 길어지면서 특검법 단일대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