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띄워 대야(對野) 투쟁에 나섰던 국민의힘 내에선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기대와 달리 ‘무죄’를 선고받은 데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촉발된 당 내홍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거세질 탄핵 공세에 대비해 당 지도부가 자중지란에 빠질 게 아니라 단일대오로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5일 국민의힘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해 통상적인 증언 요청을 했다고 봤지만,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게는 위증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많이 얘기됐던 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1년 정도였는데 당황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상급심 판단에서 반드시 바로 잡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민주당의 특검과 탄핵 공세 반격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선고에 대해 “정치검찰의 무도한 야당 탄압,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 시도를 멈춰 세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를 동력 삼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법 재표결을 추진힌다. 또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불기소 처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 모두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야당의 특검 공세가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주장했던 명분이 이번 이 대표 ‘무죄’ 선고로 약해진 만큼 당내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당원 게시판’ 논란은 2주 넘도록 수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당원 게시판에 900여 건 넘게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일부 당원과 친윤계는 한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가담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내 친윤계 의원들도 가세해 연일 당무감사, 수사 의뢰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 해소를 위해선 한 대표 가족의 글 작성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조사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해당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해 선고가 나오고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으니 이제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당원 게시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명태균 이슈 등에 관련돼 있다며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 당원들은 ‘대통령 부부를 욕한 자를 색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원 게시판에서의 여론조작 행위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본질이 아닌 곁다리 문제로 자꾸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지도부가 책임 있게 이에 대해 입장을 내고 논란을 빨리 끝내는 방향으로 가야만 향후 대야 투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