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은 다소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징역형을 기정사실화하며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이 ‘이재명 때리기’로 반사이익을 노렸지만 정작 집안싸움으로 여권 쇄신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11월 15일 징역형 유죄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며 “민주당은 11월 15일의 징역형 유죄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이럴 수록 국민의힘은 더 민생에 집중하겠다. 구태를 청산하고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당초 한 대표는 위증교사 1심 선고 후 기자들과 직접 만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대표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입장표명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 ‘무죄’ 선고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고 짧게 입장문을 냈다.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지 50분 만이다. 지난 공직선거법 1심 선고 결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길게 입장을 밝혔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권은 그간 위증교사 1심에서도 이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위증 교사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 혹은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위증교사가 유죄로 선고된다면 공직선거법 (사건)보다 더 중하게 아마 한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징역형이 선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이 대표가 25일에 있을 선고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인들이 많이 보고 있다”며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법정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법원이 이 대표를 법정구속하더라도 별도의 국회 체포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위증을 한 김진성씨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위증이 실제로 있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왜 위증이 발생했는지, 그 배경과 경위에 대한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며 “항소심 과정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전망이다. 곽 수석대변인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과제”라며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탄 국회’나 ‘장외 집회’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1심 선고 이후 ‘이재명 때리기’에 당력을 모아왔다. 선고 후 닷새만인 지난 20일에는 ‘재판지연방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선고 관련 민주당의 재판 지연 전략을 분석하고 언론에 알린다는 방침이다. TF는 두 건의 2심 재판 과정도 모니터링해 재판 시간 끌기를 선제적으로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당으로선 이번 선고 결과로 ‘정치 탄압’이라는 야당 반격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 야당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반사이익을 노리면서 국정 동력 회복을 기대했던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이재명 때리기’에만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쇄신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특별감찰관 임명’이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이 대표 선거법 1심 선고 직후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권 5년간 뭉갠 특별감찰관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더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했다.
그간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 우려를 해소하고 야당의 특검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로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기로 당론으로 정했을 뿐, 이후 별도의 메시지나 야당과의 적극적인 물밑 협상 시도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쇄신 조치 중 하나로 강력하게 요청했던 것에 비해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당내 갈등 양상이 격화하면서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를 갖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별도로 여당이 잘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당원 게시판 문제까지 있어 보이니 더 어정쩡한 상황이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