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내년 경찰 특수활동비 예산 31억6700만원, 경찰국 예산 1억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뉴스1

민주당은 20일 경찰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을 비롯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신규 반영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의 2025년도 예산안을 심사·의결했다.

행안위는 경찰청 특수활동비 31억6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고, 방송조명차·안전 펜스 등 관련 예산도 26억4000만원 감액했다.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사용처 관리가 엄격하지 않고, 국회가 사용내역을 요청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는 게 삭감 이유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특수활동비를 삭감하는 것은 경찰을 옥죄겠다는 것”이라며 “감정적이고 분풀이식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행안위는 또 정부안에 없었던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원을 반영했다. 이상식 의원은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 “많은 정부 보고서와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지역화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기에 확실한 마중물을 부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국가가 무엇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 효과가 미미하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도 무작정 증액을 강행했다”며 “예산마저 정치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 일방적인 예산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기본경비 예산은 1억700만원 전액 삭감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146억원이 증액됐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운영 예산은 5억6000만원 감액됐다.

이날 의결된 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되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국회가 증액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