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배당 소득 분리과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리과세를 하면서 배당 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을 낮추면 기업들의 배당이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기업의 배당 횟수가 많아져 세율을 낮추더라도 걷히는 세금 총액은 더 많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배당 소득 분리과세는 기업 오너의 배당금에 대한 감세 문제로도 이어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비슷한 ‘우클릭’으로 읽힐 수 있다.
이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해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배당 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일 경우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을 합해 누진세율 6.6~49.5%가 적용된다. 배당 소득 분리과세는 정부가 연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내세웠던 세제 혜택 중 하나다. 기업 대주주들이 배당금으로 내는 세금이 적어져 ‘부자 감세’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 횟수가 적은 점을 지적하며 배당 소득 분리과세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배당성이 낮다. 공산당보다 배당 소득이 낮은 게 말이 되냐”며 “다른 나라는 배당을 받아 생활비로 하는 걸 일상화했는데, 한국만 배당을 거의 안 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배당 소득 분리과세를 두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추진하던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 동의한 상황에서 배당 소득 분리과세와 배임죄 폐지 같은 실용노선이 당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배당소득세를 낮추자고 하면 부자 세금 깎아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가면 논쟁거리가 돼 쉽지 않다. 저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배당소득세를 낮출 수 있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조선비즈에 “현재 투자자들이 배당 소득을 위해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시세차익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배당 소득을 소득 원천의 일부로 삼겠다는 풍토가 마련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