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선 소액 주주 보호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간 당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등 ‘우클릭’ 기조를 병행한 가운데, 상법 만큼은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까지 명시해 강력한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화면에 있는 경제위기상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나오고 있다. /뉴스1

2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이정문 의원은 전날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국장 부활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 등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다수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법안 자구 수정은 지도부에 위임하고 당론 추진키로 의결한 뒤 나온 최종안이다.

◇'주주 충실의무’에 ‘전체주주 공평 대우’ 신설

현행 상법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보진영과 개인 투자자 단체 등은 국내 기업이 이 조항을 근거로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 이익만 획책한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이 다수 소액주주가 보호 받을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상법 제382조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는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기업 이사가 지배 주주인 총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에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에 전자주주총회 방식을 도입하고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했다. 회사의 의사결정과 경영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목적이다. 특히 대규모 상장사의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예외 조항을 삭제했다. 법이 시행되면,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 ‘이사’의 수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부재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등에게 국내 상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며 “외국 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막고,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이어 주주 충실의무 명시와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주총 도입과 사외이사 명칭 변경 등으로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꺼낸 與 “경영권 침해 우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최근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히고, 진보진영 내 반발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그간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부유세’로 보고, 조세 정의 차원에서 시행론을 견지해왔다. 이미 여야 합의로 2년을 유예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중산층 표심을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고, 이 대표는 전권을 위임 받아 폐지로 선회했다.

정부는 ‘주주 보호 의무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가 ‘경영권 위축’을 들어 반대해서다. 대신,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체재로 보고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충실 의무를 확대하면)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인수합병 시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