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속·증여세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 세법개정안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들어 세율 인하를 추진하려 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도 찬성한다. 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안 심사 키를 쥔 민주당이 ‘중산층 세 부담 완화’ 일환으로 조세 기조를 전환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상속·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중견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세 부담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의 비정상적 착취 상속세로는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는 유지하되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현행 10배 수준인 5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경우 평가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20%를 더하는 할증 과세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토론회엔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상속·증여세 완화를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뜻이다. 일찍이 법안도 마련했다. 송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현행 5억원인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각각 10억원으로 올린 내용이다. 법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최고세율 인하·자녀공제 상향도 찬성한다. 최대주주 할증 폐지는 이미 당 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도 큰 틀에서 ‘완화’ 방향은 같다. 그러나 최고세율과 자녀공제 한도를 유지한다는 데서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세율 조정은 ‘중산층 과세’와 무관하며, 부유층 감세를 위한 조치로 본다. 민주당에선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이 상속세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각각 8억원·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마련했다.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의원도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7억5000만원으로 올린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일괄·배우자 공제만 상향한 건 ‘부(富)의 승계’를 피하려는 취지다. 자녀 공제를 대폭 늘릴 경우, ‘세 부담 없는 부의 이전’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반면 자녀 외 공제를 완화하면, 수도권 대도시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가 ‘정부 예비비 삭감’ 문제로 재차 파행하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산이 던진 ‘유산취득세’… 與野 “조세 전반 손 봐야”
이날 토론회에선 상속세를 유산취득 과세방식으로 바꾸자는 말도 나왔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유산이 아닌, ‘물려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세는 전체 상속재산에 과세한다.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 체계를,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한다. 재계에선 세법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후반기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오래된 상속세제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변경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산취득세뿐 아니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8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다수 상속인이 나눠 받으면 취득 유산은 작다”고 했다. 당 차원의 입장은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단기간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여야의 중론이다. 유산취득세 전환을 논의하려면, 피상속인의 재산형성 과정 전반에 대한 ‘과세 충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손 봐야 해서다.
민주당 기재위 핵심 관계자는 “과세 체계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며 “당장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꾼다 해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등이 정해지지 않는 한 실제 법 적용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기재위 관계자도 “산술적으로 보면 과세 대상 금액이 줄어들지만, 세제 이슈는 단편적으로 던져선 의미가 없다”며 “단순히 유산취득세로 바꾸자고 말할 게재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