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가운데, 민주당 비명(非이재명)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위증교사 1심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이재명 1인 체제’를 대신할 주자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이들의 공개 활동도 잦아졌다. 다만 ‘대안 세력’을 자처하는 언행은 자제하고 있다. 강성 친명계가 주류로 포진한 상황에서, 원내 세력이 부족한 이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도중 웃음을 보이고 있다./뉴스1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전직 의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초일회’는 다음 달 1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국제정세 전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차기 강연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초청키로 했다. 이른바 ‘3김’으로 불리는 원외 인사들이다. 그 외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전 의원도 대안 세력으로 거론된다.

김 전 총리 측은 “초일회 월례모임 초청으로 강연을 맡았다”면서 “특강은 미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 부문은 다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초일회 강연이 ‘비명계 세 결집’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다.

김동연 지사도 최근 여의도 일정을 늘리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경기도 예산 논의차 국회에서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난다. 김 지사는 전날에도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 협약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했다. 협약식을 마치자, ‘이재명 대체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재차 나왔다. 김 지사는 “그런 거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김건희 특검 수용과 민생에 집중하고, 정부와 국회, 민주당도 함께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대외 활동을 넓히고 있다. 당 대표 경선 당시 이 대표와 겨뤘던 그는 금융투자소득세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이 대표와 다른 의견을 냈었다. 그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대신, 대여(對與) 투쟁 전면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식이다.

김경수 전 지사도 내년 1월 초일회 특별강연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던 박용진 전 의원도 비슷한 시기부터 정치활동을 본격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정치와 미래 포럼’이 내년 초 발족을 앞두고 있다. 포럼 대표는 ‘88만 원 세대’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맡기로 했다.

◇일단은 ‘李 옹호’… 위증교사 1심·선거법 2심 주목

주목할 건 이들 대다수가 당의 투쟁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예상 밖의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키로 했다. 당이 2심 재판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장외집회 역시 범야권 공동 주최로 전선을 확대했다. 아직 1심 선고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최대로 키워 사법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최근엔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 결집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이후 “발언이 너무 셌다”며 해명했다. 그만큼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해 있다는 증거다. 현역 의원들 역시 앞다퉈 “보복성 판결”이라며 재판 불복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 세력이 없는 비명계가 섣불리 대안을 자처했다간 ‘배신자’로 몰릴 수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상급심과 오는 25일 선고될 ‘위증교사’ 1심을 주목하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공직선거법 2심은 1심 선고 후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특히 위증교사 재판은 비명계 행보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선거법 위반보다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법원은 지난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했었다.

지난 총선 공천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최근 YTN 라디오에서 “25일 위증교사 판결이 새로운 판을 짜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경력과 나름대로 자질이 있는 ‘3총 3김’의 경쟁력과 이미지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침소봉대란 표현을 쓸 필요도 없다. 비명계가 ‘침’이 되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