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1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진 상황이 됐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 검사 사칭 위증교사와 관련된 선고 공판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여론 조작과 뇌물수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로 소속 의원들도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 정권 탈환을 위해 중도층 유입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 갈수록 커지는 사법리스크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애초 당선무효형인 100만원 벌금형을 기준으로 조금 높거나 낮은 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형을 받았다.
이날 열린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재판은 향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KBS PD의 ‘검사 사칭 사건’에서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위증교사 1심 재판 선고도 이날로부터 10일 뒤인 오는 25일에 열린다. 이외에도 대장동 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도 재판이 남아있다.
민주당은 줄곧 무죄를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예상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재판부를 향해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고 했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민주당이 검찰과 법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결집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단일 대오로 사법리스크 해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9월에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이끄는 검찰독재대책위원회(검독위)가, 지난 5일에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법정의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사법정의특위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검독위는 정치검찰의 수사·기소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점을, 사법정의특위는 이 대표의 억울함과 진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권 탈환을 원하는 민주당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경제계 만남을 추진하며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중도층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민주당이 지난 9일 서울 시청 일대에서 장외집회까지 개최했지만 참여가 많지는 않았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해야 이들의 마음을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벽에 부딪친 것이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도 ‘사법리스크’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신영대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된다. 신 의원은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 서모씨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22대 총선 지역구 경선 과정에서 다수의 휴대전화를 동원해 여론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신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되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이다.
윤관석 전 의원은 전·현직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정당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 돈 봉투를 수수한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돈 봉투 수수 의혹 의원들에 대해 소환 없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