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놓이면서 여권 잠룡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정치적 위상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한 대표의 여권 내 입지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단일대오로 대야 공세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서 징역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오는 2027년 21대 대선 출마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2·3심은 현행법상 전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해 대선 전 대법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12월 정치에 입문한 한 대표가 10개월 만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한다. 한 대표는 각종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 위기를 맞이하면서 차기 대권 지형도 요동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약점인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검사 대 피의자’ 구도는 더 뚜렷해지고 한 대표가 향후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관측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의 당내 입지도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 대표는 연일 이 대표 1심 선고를 겨냥해 “11월 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있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에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사과와 쇄신 의지를 보였고, 본인이 요구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 추진’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대표 재판을 계기로 여권에 실망했던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가 돌아올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이 대표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지키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어제 더불어민주당 정권 5년간 뭉갠 특별감찰관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더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민주당 내 혼란을 틈타 전열을 가다듬고 당정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최근 당원 게시판 문제로 균열이 있는데 이번 판결로 여권 내 불리한 이슈는 잦아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정 지지율 복원을 위한 계기로 삼아 민생 강화나 대야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 판결을 기점으로 여야 대립은 한층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개월째 지속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여여의정 협의체의 야당 참여나 쟁점 현안 논의를 위한 양당 대표 회동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2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은 당장 검찰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고, 여당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예산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