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2022년 10월 '금투세 시행'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2년여 만이다. 이는 차기 대선에서 1500만 투자자 표심을 견인하고, 중도층 전반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핵심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도 그동안 많은 검토를 했다"며 "면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등 여러 제도를 고민했지만, 그걸로는 도저히 현재 대한민국 증시가 가지는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또 "원칙과 가치에 따르자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게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고도 했다.
금투세 문제가 여야 정쟁으로 비화한 것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문제를 유예하거나, 개선 후 시행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다"며 "아쉽지만 주식시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 정책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국민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식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시행 당론을 번복한 데 대해 "원칙과 가치를 져버렸다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겠다"고 했다. 또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늦추면 대선에 악재, 정무적으로 폐지"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입장은 지난 7월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금투세 유예'를 제안한 지 넉 달 만에 나왔다. 그는 당시 출마 선언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진보진영 대권 주자가 내년 1월 도입을 앞둔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한 것으로, 정치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기존 민주당은 여권의 종합부동산세·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보고 반대해왔다. 진보진영에선 일종의 '성역'이었다. 그러나 원내 제1당 대표로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이 대표가 감세 입장을 내면서, 민주당의 기조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p)로 차이로 패배한 이 대표로서는 캐스팅 보트인 중도층 표심이 절실하다. 이에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중도 견인' 축으로 경제 이슈를 공략해왔다.
그간 진보진영 내 이견도 컸다. 민주당 최대 규모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가 금투시를 시행하자는 입장문을 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과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 등이 '금투세 보완 시행'을 골자로 한 법을 발의했다. 이후 당내 토론회를 거쳐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고, 이 대표가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각에선 '재유예' 의견도 나왔지만, 지도부는 차기 지방선거 및 대선과 겹치는 점을 고려해 정무적으로 '폐지'를 택했다고 한다. 친명계 핵심 중진은 조선비즈에 "금투세를 시행한다고 시장이 무너진다는 건 보수진영이 만든 포비아(공포증)"라면서도 "이걸 다시 2년 유예하면 지선, 3년 유예하면 대선과 겹친다. 그 때 가서 또 '시행하네 마네' 논란이 일거나 대응을 못하면 선거에 최대 악재가 된다"고 했다.